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권위’의 개념으로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설명했다. 낱말로 풀자면 지도자는 보통 사람과 구별되는 예외적인 힘을 갖추고 추종자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권위에서 나오는 그 힘이 바로 리더십이고, 그 권위는 다른 말로 카리스마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한 카리스마라는 말은 신약 성경에 나오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성경에서 카리스마는 헬라 어로 ‘은혜로 받는 은사’라는 뜻인데, 이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을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받는 은혜의 선물”이라고 한다.
■베버가 말하는 권위는 세 가지이다. 왕권과 같이 세습적으로 전달되는 ‘전통적 권위’, 법에 의해 관리되는 관료주의의 ‘합리적 권위’, 그리고 리더십의 의미로 통용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 권위’ 등이다. 민주적 리더십을 말할 때 카리스마는 전근대적 부정적 뉘앙스를 갖지만 본래적 의미의 카리스마는 얼마든지 현대적 변형이 가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이 뭔가 탁월한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의 진수는 비전이다. 리더는 이끄는 사람이고, 사람을 이끌려면 실현 가능한 비전,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리더는 자기 혼자 마음대로 나오는 존재는 아니다. “성숙한 리더는 성숙한 추종자가 만든다”는 말이다. 19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도덕주의 정치개혁가인 새무얼 스마일즈는 일찍이 “한 나라의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보다 앞서가는 정부는 국민의 수준에 맞게 끌어내려지고, 국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는 세월이 흐르면서 국민의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려진다고 스마일즈는 설파했다. “품성이 고결한 국민은 고결하게 대우 받고, 무지하고 부도덕한 국민은 천하게 취급당할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은 이미 검증을 충분히 거친 진리라고 그는 지적했다(자조론, 21세기북스刊).
■‘따져보기, 참여정부 3년’이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연재물을 보면서 조기숙 홍보수석의 지도자론이 생각났다. 지난 해 여름 그는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을 마치 초월적 지도자인 양 찬송했다.
20%대 지지도가 대통령을 못 따라가는 국민 탓이라는 ‘국민모독’이었는데, 진정한 지도자론의 이론과 맥락을 제대로 알기나 한 것인지 다시 의문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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