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시장경제 교사 노릇을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위상이 축소되면서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OECD는 냉전시대 자유시장 경제 발전을 위해 구성된 서방의 경제 협력체. 그러나 1990년대 초 공산권 붕괴 이후 존재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에서 중국 인도 등 비회원국 비중이 커지면서 영향력마저 감소하고 있다. OECD가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는 효율적 국제기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OECD는 1990년대 들어 비선진국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2000년 슬로바키아 이후 6년째 신규 회원국은 전무한 상태다. 90년대 러시아를 비롯, 중국 브라질 등 30여 개 국이 가입을 희망했지만 가입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최근 30개 회원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못 미친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했다. 이마저 2020년에는 40%로 줄어들게 된다.
7월 물러나는 도널드 존스턴 사무총장은 그 대책으로 중국을 비롯한 거대 신흥시장 국가의 가입을 촉구하고 있다. 가입기준은 시장의 개방과 민주화의 진전 정도. 러시아 중국 등은 아직 이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존스턴 총장은 “민주화 등 명문화된 가입 기준은 없으며, 오히려 회원가입으로 민주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한껏 당근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회원가입 기준이 ‘동료의식’ 처럼 애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의 두 축인 미국과 유럽은 이 문제를 상반되게 보고 있다. 미국은 회원 확대의 1차 대상을 이스라엘 칠레 태국 인도네시아 같은 미래 전략적 이해가 큰 국가로 제한하자는 반면 유럽은 발틱 3국처럼 유럽지역 국가들의 우선 가입을 원하고 있다.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것도 문제다. OECD가 불확실한 미래상의 재정립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사실이다. 유럽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리 본부의 이전, 직원의 재배치 등을 논의하고, 국가간 상거래 규정, 부패방지규정 등을 만들어 달라진 국제경제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OECD의 과거 위상은 회원국이기도 한 선진 7개국(G7) 회담에 사실상 넘어간 상태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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