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정치권의 움직임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때마침 새로 선출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야당을 겨냥해 지방권력의 심판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선거국면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정 의장의 대구 방문에는 건설교통 환경부 등 현직 장관이 두 명이나 참석해 노골적인 선거 행보를 마다하지 않았고, 청와대는 곧 지방 단체장 후보 징발을 위해 선거용 개각을 할 것이라고 한다.
5월 지방선거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를 배제할 수는 없다. 정당으로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여유가 없는 승부인 것이 사실이다. 정당이 선거 준비에 사활을 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로지 승리에만 사로잡혀 본말을 바꾸고 본분을 뒤엎는 언행이 마구잡이로 허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재ㆍ보선의 참패를 교훈 삼아 새로 출발하려는 여당이라면 국민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하는 것이 먼저라야 한다. 또 국정을 수행하는 내각이 선거에 장관을 내보내느라 개편돼야 한다는 것도 용납 못할 일이다.
어제의 국무위원이 하루 아침에 무더기로 선거게임, 정치승부의 도구로 동원되고,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와 발상은 구태 구습의 전형이다. 여권 전체가 국정의 안정성이나 신뢰성, 국민의 시선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권지상주의에 빠져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선거에 나갈 청와대 관료들도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집권 3년의 공과를 보는 여론의 평가는 차디차기만 하다. 직무 수행은 엉망으로 해 놓고 선거가 다가오자 여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자세는 또 한 번의 직무유기다. 여당 새 지도부의 일성이 야당을 상대로 ‘한 판 싸움’부터 걸고 나온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장관들이 여당 의장을 따라 자기들 출마지역으로 달려가는 일탈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의 불ㆍ탈법들도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이런 식으로 가열되는 선거 왜곡과 과열, 과장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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