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비슷한 시기에 모 은행의 주가지수 연동 예금에 각각 1,000만원의 목돈을 넣은 친구 이모(43)씨와 최모(42)씨.
두 사람은 6개월 뒤 최고 연 6% 대 이자를 쳐준다는 광고를 보고 이 은행의 주가지수연동예금에 돈을 맡겼다. 하지만 수익률에선 명암이 엇갈렸다.
주가가 20% 이상 오르느냐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반대되는 조건의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30만원 넘는 이자를 챙겼지만 최씨는 원금만 돌려받는데 그쳤다.
은행 고객들도 머리를 잘 써야 이자다운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전통적으로‘은행 예금=고정 이자 + 안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점차 ‘예금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축은 시중은행들이 최근 봇물처럼 내놓고 있는 주가, 환율, 금 가격 등 시장지수와 연계한 변동금리형 예금상품이다. 연리 3~4%대의 확정금리형 상품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잡아두기 어렵다고 생각한 은행들의 ‘당근’ 상품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충족시키면 ○%를 보장한다’는 식이다.
10% 이상의 고금리 상품도 수두룩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에 현혹되기 보다 계약 조건을 면밀히 살핀 뒤 가입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지난 2년간 4개 시중은행이 내놓은 시장지수 연동 예금상품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최저 0%에서 최고 연 11.2%까지 상품에 따라 최고 수십 배의 차이를 보였다.
우리은행이 최고 8%의 이자를 내걸고 2004년 9월 판매한 주가지수 연동 옵션부 정기예금 8차 상품은 6개월 후 7.72%의 수익률을 올렸다.
상하수익형이었던 이 상품은 가입 기준일의 주가지수와 만기일의 지수를 비교해 상승폭에 맞춰 이자를 주기로 했다. 결국 6개월 동안 주가가 예상처럼 올랐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받은 셈이다.
반면 우리은행이 같은 해 4월 판매한 주가지수 연동 옵션부 정기예금 4차 상품은 6개월 뒤 이자를 전혀 주지 못했다. 이 상품은 복합상승형이었는데 주가지수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를 주는 구조였으나 주가가 오히려 하락해 한 푼도 더해주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주가연동 상품의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가입자의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주가가 오를 지, 떨어질 지, 상승한다면 얼마나 오를 지를 소비자가 판단해 그에 맞는 조건의 예금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주가지수 대신 특정 종목, 환율, 국제 금 가격 등 다양한 연동지수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운용 형태도 지수상승과 하락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양방향형,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 청산되는 조기상환형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어 더욱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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