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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대한 세 사람의 독백… 연극 '사랑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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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대한 세 사람의 독백… 연극 '사랑은 흘러간다'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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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함께 살려면 많은 힘이 필요해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강하지 못 해요.” 함께 살고 싶다는 이혼남의 청에 그녀는 선뜻 답을 않는다. 그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져 간다.

극단 산울림의 ‘사랑은 흘러간다’는 지금 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사회적이며 존재론적인 문제, 이혼의 속내를 짚어 보는 연극이다. 첫 아내-남자 -둘째 아내 등 3명이 잇달아 나와 가상의 친구를 상대로 30여분씩 펼치는 독백에, 객석은 1시간 30여분 동안 배심원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기 족하다. 서양이라는 공간적 배경만 뺀다면, 요즘은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일런 지도 모른다.

첫 번째 사람, 일롱카는 고풍스런 저택을 배경으로 자신의 과거사를 들려준다. 그녀는 본디 분방한 성격의 남편 페터의 외도를 드디어 눈치 채고는, 질투에 불타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아이마저 성홍열로 막 숨져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 페터가 피운 바람의 대상이 남편보다 열여섯살 연하의 하녀 유디트라는 사실은 그녀의 자존심을 유린하기에 족했다.

다음은 유디트와도 갈라선 현재의 페터. 치명적 향수 같던 외도의 시간을 한밤중 카페에서 친구에게 이렇게 압축한다. “진실한 사랑은 언제나 아주, 위험해.” 유디트에 눈 먼 그는 일롱카와 갈라섰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가난이 원수였던 유디트는 이런저런 이유로 페터의 돈을 거덜내더니, 결국에는 딴 남자와 눈이 맞고 만 것이다.

한편 페터와 헤어지고 재혼한 유디트 역시 행복과는 거리 멀었다. 허름한 호텔 방에서 이뤄지는 한밤의 독백은 차라리 직설적이다. 우유부단한 인텔리 페터를 버리고, 노동자 남자와 한 방에 있기까지의 사연은 힘있는 남자를 찾아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맨 앞의 대사는 페터가 청혼해 왔을 때, 그녀가 보였던 반응이었다.

각자가 말미에 털어 놓는 사연은 사랑의 방식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며 사랑의 리얼리즘이다. “전에는 오직 한 사람만 바라보느라 세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든.

그러다 그 사람을 잃어버렸고, 대신 세상을 얻었어.”(일롱카) “인간은 늘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코 도움을 받을 순 없어. 그걸 깨닫고 나면 더욱 강인해지고 외로워지지.”(페터) “이제 난 진짜 빈털터리야. 우리, 이제 그만 잘까?”(유디트) 일롱카는 강해졌고, 페터는 내면에 침잠하고, 유디트는 그래왔던 것처럼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담담히 보여줄 뿐인 이 연극이 낯설지 않을 관객도 있다. 2005년 7월 솔 출판사에서 700여쪽의 두 권짜리 책으로 번역ㆍ간행된 ‘결혼의 변화’를 전옥란 작가가 연극 무대용으로 각색한 희곡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의 시골에 사는 원작자의 유족들에게 연락, 연극 관련 저작권료 문제가 해결한 사연이 신선하다. 연출 채승훈, 박인서 남명렬 이항나 출연. 3월 7일~4월 30일 산울림소극장. 화ㆍ목ㆍ금 오후 7시 30분, 수 3시 7시 30분, 토 3시 6시, 일 3시. (02)334-591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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