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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女高男低 실체는?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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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男 괴발개발 글씨 女색연필로 예쁘게

2005년 2학기 서울 송파구 A중학교 3학년생의 전교 석차 현황은 요즘 남학생들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남학생은 10등을 기록한 단 한명, 석차 50등 이내 남학생은 11명 뿐이었다. 남학생들의 전체 평균은 여학생들보다 9점이나 뒤처졌다.

이 같은 남녀차는 남녀공학 중학교의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보다 턱없이 공부를 못한다”, “학교는 여성천하(女性天下)”등의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대해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된다. 우선 소년기에 여자가 남자보다 성장이 빠르고 사회성이 일찍 발달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초ㆍ중학교 과정에선 집중력이나 의지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또 남학생은 상대적으로 게임, 스포츠 활동 등 공부 집중을 어렵게 하는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교단에 여교사가 많은 것도 남학생들의 왜소화에 한몫 한다는 분석이 있다.

정말 여인천하 시대인가

지난해 치러진 대입 수학능력시험 결과는 여고남저(女高男低)라는 학교현장과는 차이가 있다. 여전히 남학생들이 우수했다.

수리과목에선 남학생들의 전체 평균이 여학생보다 앞섰고, 상위 50%는 모든 과목에서 남학생들의 평균점수가 높았다. 국제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인 PISA의 결과도 남학생들의 성적이 여학생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실에선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압도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교육전문가들은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두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잘한다’고만 얘기하는 것은 표피적인 분석”이라며 “현 교육제도가 남녀학생 간 학력차를 왜곡시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왜곡 일으키는 수행평가

서울 서초구 B중학교의 과학실험실. 용수철 저울에 물체를 달아 무게를 재는 실험이 한창이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써내는 게 수행평가 과제다. 이리저리 실험기구를 만져보고 실험을 주도하는 학생들은 으레 남학생이다.

하지만 채점의 대상인 실험 보고서를 받아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남학생의 보고서는 괴발개발 쓰여진 글씨에 건성이지만, 여학생의 보고서는 색연필로 꾸며진 총천연색이다. 평가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과학담당 방모 교사는 “현미경 초점잡기를 시키면 남학생이 훨씬 잘하지만 현미경 부품 이름을 외워 평가를 받으면 여학생이 훨씬 낫다”며 “하지만 교사 한 명이 수백 명을 상대해야 하는 수행평가는 비교적 평가하기 쉬운 ‘부품 외우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수행평가제도가 남녀 학력차를 왜곡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K고 최모 교사는 “현재의 수행평가는 성실도를 측정할 수 있을 뿐, 창의력 등 질적인 부분을 평가하지 못한다”며 “결국 여학생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명의 교사가 최소 300~600명, 많게는 1,000여명의 학생들을 놓고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양(量)과 외형이 평가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외국어고 입시에서도 내신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면서 여학생 우위 현상이 이미 뚜렷해졌다. 수능시험이 9등급제로 바뀌는 2008학년도부터는 대학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더욱 커진다. 때문에 일선 교사들은 “현재의 수행평가 방식으로는 남녀간 ‘차이’가 ‘차별’로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겉핥기식 수학 과학 평가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시험이다. 세계 41개국 15세 학생 2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2003년 수학ㆍ과학 성취도 조사 결과 한국 남학생은 여학생들을 압도했고, 조사 국가 중 남녀 격차가 두 번째로 컸다.

반면 국내에서 시행되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어찌 된 영문인지 정반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3년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학생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영어나 국어는 물론이고 수학ㆍ과학에서도 여학생이 앞서거나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국내평가는 수업 내용의 학습 정도를 평가하는데 반해 국제평가는 수업보다는 창의력 평가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달리 말해 수학ㆍ과학 과목에 대한 국내 평가가 겉핥기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평가 방식도 여고남저 착시현상을 낳는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행 대입제도에선 수험생들이 수학ㆍ과학 과목을 피하더라도 얼마든지 대학진학이 가능하다. 수능 시험이 다루는 범위도 과거 학력고사 시절보다 줄었다. 일선 중ㆍ고교 수학ㆍ과학 시험은 교과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과거에 남학생 우위가 뚜렷했던 수학ㆍ과학 과목에서 남녀간 학력 격차는 많이 줄었다. 경기 S고 수학담당 오모 교사는 “수학ㆍ과학 과목에서 남녀차가 줄어든 것은 피상적인 현상”이라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苛?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신 위주로 학생을 뽑는 외국어고와 달리, 수학ㆍ과학 학습능력을 반영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학고에서 여학생은 여전히 소수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사회부=김광수기자

■ 인문사회는 女風… 이공계는 男風

대학에도 여고남저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이 늘고 있고, 수석졸업은 물론 각종 국가고시 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여풍이 뚜렷한 곳은 고시 준비가 용이하고 취업도 비교적 수월한 경영학과, 법학과, 외교학과 등 주로 인문사회계열이다.

서울대 외교학과의 경우 최근 4년간 수석 졸업생은 모두 여학생이었다. 여학생 입학 비율도 10년 전 20% 안팎에 불과했으나, 2006년엔 여학생(17명)이 남학생(13명)을 넘어섰다.

학부 성적이 당락의 주요 변수인 서울대 법대 대학원의 지난해 특차 입학에서는 35명 중 20명이 여학생이었다. 연세대도 경영대 여학생 비율이 1990년 3.5%에서 지난해 49.8%로 급증했고, 법대(7.4%→41%)와 의대(18.5%→36.4%)도 2~4배 늘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여학생들의 경쟁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여대생들은 과거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적극적이며, 더 열심히 공부에 매달린다.

서울대 외교학과의 한 남학생은 “발표 위주의 수업이 많은 편인데, 여학생들이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최고 학점은 대부분 여학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여학생에게서 ‘얼굴만 예쁘고 공부 못했던 고교 친구가 남자 잘 만나 나보다 성공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가 질렸다”고 덧붙였다.

‘강한 여대생’의 등장은 1980년대 후반까지 추진된 산아제한 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79년 2.9명이던 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숫자)은 84년에 1.76명으로 급락했다. 한두 자녀만 두게 된 부모들이 ‘남자보다 강해질 것’을 요구하며 키운 딸들이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아제한으로 출산율이 매년 0.5명씩 급락하던 1980년과 81년생들이 시험을 치른 200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신입생의 여학생 비율(35.3%)이 전년(27.7%)보다 7.6%포인트나 높아졌고, 이후에도 이 비율은 35%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공계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서울대 자연계열의 한 교수는 “여학생 비율이 늘어나긴 했으나 성적이 더 우수하지는 않다”면서 “지난해 2학기 전공과목 채점 결과, 10위 안에 드는 여학생은 두 명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자연계열의 또 다른 교수도 “최근의 여풍은 여성들이 갑자기 똑똑해진 게 아니라, 과거라면 집에 머물렀을 신사임당 같은 여성들이 힐러리 클린턴처럼 사회진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 정 부연구위원은 “지금은 맞벌이가 보편화하고 여자도 직업을 갖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라면서 “여성도 경쟁체제에 놓이다 보니 지적 성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 뿐, 갑자기 남녀 학력격차가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사회부=김광수기자

■ 남녀공학 '남자반'' 여자반' 分班바람

남녀공학에 ‘분반(分班)’ 바람이 거세다.

기존 남녀 공동학급을 ‘남학생 반’ ‘여학생 반’으로 나누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학부모는 대학 진학에 ‘독(毒)’으로 작용할지 모르는 이성교제를 막고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를 댄다.

일선 교사들도 이성을 의식한 학생들의 돌출행동이 줄어든다며 내심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행평가에서의 남녀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남녀공학에 분반이 확산되는 무시 못할 이유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중대부고는 이번 학기부터 전 학년을 남녀 분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3학년 14개 학급 중 자연계 5개 학급만 인원 부족 탓에 분반에서 제외했다. 박찬상 교감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 이번 분반 결정이 학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해 첫 남학생을 받은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부속고도 마찬가지다. ‘여고 46년’ 시대를 마감한 한대부고는 남녀공학으로 새 출발한다는 상징성도 살릴 겸 남녀 합반 체제로 갈 수도 있었으나, 교직원들의 토론 과정에서 분반 형태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남렬 교감은 “학업능력 향상에는 남녀 분반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는데다, 오랫동안 여학생들만 가르쳐온 교사들도 일단 시작은 분반 형태로 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남녀공학 S중은 지난해부터 수행평가의 현격한 남녀차를 줄이기 위해 분반수업을 실시했다. 이 학교 송모 교사는 “남자반의 경우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는 수행평가 기준을 적용했더니 이전보다 남녀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 K고도 수행평가 격차를 완화하는 우회통로로 분반을 활용한다. 오모 교사는 “성격이 다른 남녀를 나눠서 평가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행 제도론 불가능해 교사가 재량 범위에서 남학생에게 가점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분반을 하면 재량 평가에 대한 여학생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소개했다.

서울 강남 G고의 경우 현재 1학년은 남녀가 ‘함께’ 2ㆍ3학년은 ‘따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요즘 전학년 남녀 분반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한 교사는 “표면적으론 인성교육과 성평등 차원에서 남녀 합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가진 교사들이 많지만, 점차 강해지는 남학생 학부모들의 분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반수업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을 둔 학부모들이 자녀 학습에 방해가 된다며 분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공학에 배정 받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과 겨룰 필요가 없는 인근 남학교로 전학 가거나 해외유학을 떠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의 남녀공학 A고의 한 교사는 “지난해 1학기 중 전학ㆍ휴학한 1학년 생 40여명 중 90% 이상이 남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남학생들의 성적인 호기심과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수업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교사들 사이에도 있다. 실제 광주 모 고교에선 ‘남녀 학생간 신체접촉 금지’ 10개항을 마련, 이성간 어깨동무를 하거나 의자에 너무 가까이 앉아있다 적발된 경우 벌점을 매겨 잡초 뽑기, 화장실 청소 등을 시키다가 물의를 빚었다.

남녀 분리수업은 학업 성취도 향상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최근 4년 동안 50개 남녀공학 중등학교(11~15세)를 대상으로 합반ㆍ분반과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일부 과목의 경우 분반 수업이 남학생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력 있는 남학생마저도 발표 수업을 하면 여학생 앞에서 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탓에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며 “분반수업을 하면 남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져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남녀 학생을 따로 편성해 수업하는 학교는 200여 곳에 달한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사회부=김광수기자

■ 전문가 의견

남학생 위해 언어영역 수업 개선 필요

이미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최근의 여풍(女風)은 사회가 변하면서 여학생들이 그동안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분야에 적극 진출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여학생이 갑자기 더 우수해졌기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곤란하다.

그동안 남학생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던 여학생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남녀간 수학·과학 성적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쓰기, 읽기 등 언어영역에서는 여학생의 성적이 월등히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남학생의 성취도에 대해별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학생의 언어영역 성취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실력차를 고려한 수업방식이 필요하듯이, 남녀를 똑같이 보지 말고 각자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업방식의 개발이 필요하다.

수행평가 변별력·평가근거 보완해야

신동희 단국대 과학교육과 교수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 강해졌다. 당연히 학교 성적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다 보니 현상적으론 여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향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학 과학의 경우 여학생들의 관심이나 흥미가 높아진 것은 결코 아니며, 상위권은 남학생들 성적이 여전히 우수하다. 여학생들은 주어진 범위 내의 시험에 강한 경향이 있어 학교 내부시험에 유리한 반면, 생소한 문항이나 일상생활 관련 문제가 많은 학교 외부시험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밖에도 학교 내신 성적에서 여학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수행평가와 교과서 중심의 대입 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수행평가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평가 근거가 부실하고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들의 진정한 성취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1~2점 차이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최상위 집단에서 수행평가의 문제점은 더 심각하게 부각되므로 보완책이 요구된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사회부=김광수기자

■ 교육전문가 김숙희씨 "과보호가 아들 망친다"

“엄마의 과보호가 아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교육전문가 김숙희(44)씨는 남녀 학생간 성적 격차의 원인을 부모의 자녀양육 태도에서 찾았다. 남녀 성적차는 고교 2학년 딸과 중3 아들을 둔 엄마로서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딸은 특목고(외고)를 갈 정도로 공부도 곧잘 하고 자기 앞가림도 하는데 아들은 왜 그런지 불안해 보였어요.”

그래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아들 가진 엄마들의 얘기도 들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과보호가 아들을 망친다”는 것이다. “요즘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자기 손으로 하는 게 없어요. 여자 아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부모 의존적이죠. 그러다 보니 인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일찍 발달하는 여학생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김씨의 분석이다. 아들 둔 엄마들이 “왜 우리 아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나” “컴퓨터 게임만 하려고 하나”는 하소연을 쏟아내지만, 정작 자신들이 아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다고 했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덤벙대고 꼼꼼하지 못한 게 아들이지요. 딸에 비해 키우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만 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믿어줄 때 더 잘하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엄마들이 작은 부분만 보고 닦달하지도 성급하게 판단하지도 말고 기다려줘야 해요.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들 교육엔 꼭 필요합니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사회부=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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