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셋집을 중개할 때 받는 법정 중개수수료가 지난달 말부터 올랐다는 보도는 무신경, 무성의한 정부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한창 활발해지는 시기에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현장에서는 시비와 마찰이 적지 않다고 한다.
월세는 전세를 들기에도 어려운 저소득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수수료 인상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월세는 한 해 300만~400만 건으로 추산되는 부동산거래의 10%를 차지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정부가 정한 표준 요금과 실제 중개업자들이 관행적으로 받는 요금 사이에 괴리가 심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분야다. 이번에 법정 요금을 올린 이유도 월세거래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세와 비교해 너무 불합리하고, 실제 거래에서 지켜지지 않아 현실화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적정 수익보장을 주장하며 월세 수수료 인상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종전 월세 수수료는 보증금과 월세 합계액(월세x12개월)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했지만 새 기준은 월세에 100을 곱한 뒤 보증금을 더한 액수로 바뀌었다. 따라서 법정 수수료는 2~4배 오르게 된 셈이다. 같은 집을 전세로 놓으면 전세금 전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하므로 과거 월세 수수료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고, 실거래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수료 산정방식에 논란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변경했으면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행정당국이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쉬쉬하며 넘어간 것은 중개업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뿐 국민들이 겪을 수고는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뜩이나 혼탁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수수료 기준을 제시해야 할 정부가 뒷짐만 진 채 중개업자와 이용자 간의 피곤한 줄다리기에 맡긴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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