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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프랑스인들 3년째 독거노인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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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프랑스인들 3년째 독거노인 대접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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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페띠(맛있게 드세요).”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오리요리 전문점. 30여명의 노인들 중간중간 섞여 앉은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연신 음식을 권했다.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짧은 한국말이 의사소통의 전부였지만, 노인들은 이들의 손짓과 눈짓에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외국인들이 마련한 이날 잔칫상 이름은 ‘르빠 드 라미티에’, 우리말로 ‘우정의 식사’이다. 반포4동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인들이 같은 동네 독거노인들을 위해 차렸다. “본느 상떼?(건강하세요)” 프랑스에76세 노모가 있다는 쟝 피에르 향쁘누씨는 노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이렇게 여럿이 모여 밥 먹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몰라.” ‘나홀로 식사’에 익숙한 성재용(86) 할아버지는 음식보다 살가운 벽안의 이웃에 더 감격했다. 정부가 마련해 준 집에서 노인 3명과 함께 생활하는 이성희(81) 할머니도 “시끌벅적한 게 명절 같다”며 맞장구쳤다.

오랜만에 약주까지 살짝 곁들인 음식자리가 끝나자 흥이 오른 노인들은 반포4동 주민자치센터로 자리를 옮겨 한바탕 노래무대를 만들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사랑은 아무나 하나’ 끼 있는 노인들의 신나는 노래가 이어졌고, 노인들을 붙잡고 흥겹게 들썩들썩 춤을 추는 프랑스인들의 웃음소리도 커졌다.

“손녀가 있었다면 이렇게 예뻤을까.” 자리가 끝날 즈음 혼자 산 지 50년이 넘었다는 이종화(86) 할머니가 한 프랑스인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3년째 행사를 마련한 피에르 오리 재외프랑스인협회(ADFE) 총무는 “어른 공경은 국경과 민족을 넘는 공통적인 가치”라며 ““앞으로도 불우 이웃과 함께하는 행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래마을은 1985년 프랑스인학교가 옮겨오면서 주한프랑스대사관 직원과 프랑스기업 임직원 등 700여명이 모여 사는 한국내 프랑스인 주거촌으로 각종 시설물 등이 프랑스풍으로 꾸며져 ‘한국의 몽마르뜨’로 불린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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