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슈만 타계 150년…. 올해 음악계는 이들을 기리는 행사로 분주하다.
그에 비해 관심이 덜 하지만, 올해는 한국 양악사의 선구자 안익태(1906~1965)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때 맞춰 안익태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익태기념재단과 몇몇 음악학자들이 중심이 돼 음악회, 전시회, 학술 심포지엄, 악보출판 등이 추진되고 있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지난해 스페인에 살고 있는 안익태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악보 가운데 새로 발견된 교향시 ‘마요르카’와 ‘포르멘토르의 로피’를 비롯해 그동안 국내에서 한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안익태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음악회에서는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악보 중에서 찾아낸 교향시 ‘논개’의 1964년판과 관현악 ‘한국무곡’도 초연될 예정이다. 재단측은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정명훈씨가 이 음악회를 직접 지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동안 안익태에 관한 대중적인 인식은 ‘애국가’의 작곡가라는 사실에 쏠렸다. 하지만 음악가로서 그의 생애는 작곡보다는 지휘자로 인정받은 부분이 훨씬 크다. 일본과 미국 유학을 거쳐 1936년 유럽으로 간 그는 런던, 베를린, 부다페스트, 마드리드, 파리, 로마 등 유럽 전역에서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멕시코와 미국에서도 지휘자로서 활동했다.
안익태에 대한 국내 학계의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지금까지 나온 본격적인 연구서는 전정임 충남대 교수가 1997년 펴낸 ‘안익태’(시공사) 한 권 뿐이고 논문도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1998년 발표한 ‘ 미주 한인학생회보를 통해 본 안익태의 미국 유학 시절’ 뿐이다.
그의 삶을 소개하는 전기류의 책은 어린이 위인전까지 포함해 여러 종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나온 한 전기를 계속 재탕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음악학자들의 지적이다.
허영한 교수는 “안익태 연구가 미진한 것은 그가 외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내에 자료가 많지 않다는 요인 외에도 우리 음악가와 음악사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 탓도 있다”고 말했다.
전정임 교수는 “한국 양악사 초기 인물들에 관한 연구가 거의 불모지인 것에 비하면 안익태는 그래도 많은 관심을 받은 편”이라며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10~11월에 열릴 학술심포지엄은 허영한, 전정임 교수와 김용환 한세대 교수 등 음악학자들이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안익태의 지휘 활동, 안익태의 스승으로 알려진 당시 유럽 최고의 작곡가 겸 지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안익태의 관계 등을 추적한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음악학자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은 ‘지휘자’ 안익태의 재발견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정임 교수는 “일제시대인 1930, 40년대에 그가 한국인 지휘자로서 유럽에서 활동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익태기념재단은 1992년 한국일보의 국민모금 운동으로 마련된 기금 8억원으로 출발했다. 재단은 그동안 이 돈의 이자 수입으로 매달 스페인의 안익태 유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한편 안익태 음악회를 열고 안익태작곡상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의 저금리 탓에 기금 운용이 어려워진 데다 지난해 유족들로부터 유품을 인수하면서 기금 대부분을 사례비로 지불해 재정이 거의 바닥 난 상태다. 재단은 안익태 기념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추가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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