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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불도저 총장' 끝내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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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불도저 총장' 끝내 낙마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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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 불도저’라는 비난에 시달려왔던 로런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교수들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퇴키로 했다.

서머스 총장은 21일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에서 “인문ㆍ자연과학 교수단과의 균열이 하버드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련의 개선 작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번 학년도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10월 27대 총장으로 취임한 서머스는 1862년 총장직 수행 2년 만에 사망한 코르넬리우스 펠튼 이후 가장 짧은 임기를 지낸 하버드 총장으로 남게 됐다.

하버드대는 올해 7월 1일부터는 1971~91년 총장이었던 데렉 복이 임시 총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서머스 총장은 사퇴 후 1년 간의 안식년을 갖고 경제학과 교수로 돌아올 예정이다.

“하버드의 가장 큰 적은 자기 만족”이라고 강조해온 서머스 총장은 ‘돈 안 되는’ 인문학을 외면하고 줄기세포 연구 등 과학ㆍ공학 분야를 강화하는 효율성 위주의 개혁안을 추진해왔다. 보스턴 캠브리지에 위치한 캠퍼스를 찰스강 남쪽의 올스톤까지 두 배 이상 확장하는 ‘올스톤 구상’을 내놓으면서 보수적인 교수들과의 골은 더 깊어졌다. 여기에다 세계 곳곳에 분교를 두는 확장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하버드 출신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수진과 상의 없는 독단적 확장 계획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 캠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국(NBER) 회의에서 “과학과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 숫자가 적은 이유는 남녀간의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한 서머스 총장의 발언도 그 자신에게 타격을 입혔다.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교수진은 지난해 3월 하버드대 최초의 총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 218대 185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총장 해임권은 이사회에서 갖고 있으나 교수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사회도 큰 부담을 느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위계질서가 확실한 정부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서머스 총장은 종신 교수들이 상당수인 대학의 느긋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듯하다”며 “그의 사퇴로 하버드의 권력은 이사회로부터 교수들에게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문ㆍ자연과학대 교수들은 서머스 총장과 갈등을 빚다 올해 초 사퇴한 윌리엄 커비 문과대학장의 사임 책임을 물어 28일 다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반면 학생들은 그의 개혁안을 지지, 하버드대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57%의 학생이 사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스 총장의 사퇴 발표 후 총장 집무실 밖에 모인 학생들은 “총장님 계속 일하세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83년 28세의 나이에 최연소로 하버드대 종신교수직을 얻은 서머스 총장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차관 및 장관을 지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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