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맡고 있는 차장 검사는 흔히 취재 기자들의 전화로 아침을 연다. 출근 전 새벽 5시쯤부터 기자들로부터 밤사이 있었던 수사 진행과정이나 조간 신문의 보도내용을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대형 사건 수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특수부를 총괄하는 3차장은 하루도 기자들의 ‘모닝콜’을 받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다. 대구고검 차장(검사장급)으로 승진해 17일 고별 브리핑을 한 박한철 3차장 직무대리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기자들 전화 탓에 부인과 각방을 써야 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차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임 이인규 3차장과 출입기자들의 이날 첫 대면에서도 아침 전화를 놓고 가벼운 입씨름이 오갔다.
이 차장은 박 차장으로부터 모닝콜의 ‘공포’를 귀띔 받자 웃으면서 “난 아침 잠이 많아 오전 7시부터나 받겠다. 아침 일찍부터 국민들에게 사건소식을 전하는 게 좋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 뉴스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하는 기자들이 ‘재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이 차장의 ‘엄살’을 곱게 받아줄 리 없었다. 기자들은 “적어도 새벽 5시30분에는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몇몇 기자는 이 차장의 확답이 없자 상견례 후 “새벽에 30통씩 ‘전화 폭탄’을 돌리면 별 수 있겠냐”며 잔뜩 별렀다. 신임 3차장과 기자들의 기싸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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