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둘러싸인 인구 4만1,000여명의 경남 함양군. 전체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이 농촌 지역에 ‘억대 부농’이 넘쳐나고 있다.
함양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4%의 ‘깡촌’에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억대 부농’ 112명에 달한다. 이는 쌀 협상 비준안 국회통과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앞두고 시름에 빠진 농촌에 희망을 불어 넣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억대 부농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2003년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한 부자만들기 프로젝트인 ‘100+100운동’의 결과의 산물이라는 것이 함양군의 분석이다. 여기다 지난해 사과와 한우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이 운동은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군민과 100살 이상 장수하는 노인이 각각 100명씩 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 된 내용이다.
군이 이 운동을 시작할 당시 군내 1억원 이상 소득자는 25명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71명으로 늘었다가 3년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도내 농가의 평균소득 2,604만원, 전국 평균 2,900여만원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억대 부농 7명에 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도 13명이 돼 최고 부자마을이 된 수동면 도북마을. 85가구의 90%가 60세 이상 고령의 이 마을은 90년대 들면서 천수답(天水畓)의 벼농사를 접고 밤낮의 기온차가 평균 10도를 넘나드는 해발 500여㎙의 지형을 활용한 사과농사로 전업하면서 사과 주산지이자 최고 주자마을로 우뚝 자리잡았다.
함양읍 신기리 산골짝에는 ‘돼지 박사’로 통하는 노정만(45)씨의 ‘돼지 아파트’를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3층짜리 최신 건물은5,000여 마리의 돼지 사육장이다.
연면적 1,093평의 이 축사는 난방과 환기는 물론 사료 투입까지 전자동으로 이뤄진다.
농장 주인 노씨는 “아파트형이나 보니 저층 축사에 비해 부지와 관리비용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고 축사 전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어 육질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과마을과 돼지아파트의 성공뒤에는 군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주효했다. 소득특화자금을 비롯한 농민들을 위한 5종류의 보조ㆍ융자사업과 품목별 영농교육과 영농설계, 1대1 맞춤형지도 컨설팅 교육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0년까지는 억대부농을 200명으로 늘리기 위해 곶감단지와 지리산 흑돼지 마을, 산나물ㆍ산약초 재배단지, 친환경농산물 생산단지 조성 등 50여개 사업을 연차사업으로 추진중이다.
함양의 부자마을 만들기운동은 전국 영농단체의 벤치마킹 행렬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이달말에는 농림부 간부들의 방문도 예정돼 있는 등 허물어 지는 농촌 살리기 해법을 던져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함양=이동렬기자dylee@hk.co.kr
■ 천사령 함양군수 "세계적인 부농·장수마을로"
“제2의 새마을운동을 벌여 농촌을 떠나간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부자만들기 운동을 주창한 천사령(63)함양군수는 “10년 안에 함양을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면서 “농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농사를 지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실정을 꿰뚫고 있는 공무원들이 지역 특성과 실정에 맞는 작목을 선정하고 농민교육에도 적극 나서는 등 영농현장에서 발로 뛴 헌신적 봉사와 농민들의 노력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며 3년만에 목표를 초과한 공을 공무원들과 농민들에게 돌렸다.
아울러 “사과최고경영자과정 개설과 농가의 컨설팅 지원, 친환경농산물엑스포와 해외시장개척 등 적극적 마케팅 등도 성공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공부하는 농민, 연구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한기를 이용해 딸기와 사과, 단감 등 작목별 영농교육을 시키고 전문가 초청 강연과 사과연구회 등 자발적 연구모임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운영비도 보태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귀띔했다.
천 군수는 “함양을 세계적인 부농ㆍ장수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특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함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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