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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시대의 아픔 보듬은 KBS2 '황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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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시대의 아픔 보듬은 KBS2 '황금사과'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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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드라마 ‘황금사과’(극본 김운경, 연출 신창석)의 주인공 금실(고은아)에게는 세 명의 아버지가 있다. 어린 시절 친모와 결혼한 계부 천동(최일화), 친부인 국회의원 박병삼(이덕화), 그의 처남이자 금실을 키워준 중앙정보부의 정 과장(이기영).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얽혀있다.

병삼은 금실의 친모가 천동과 결혼한 뒤에도 불륜관계를 유지, 금실의 친모가 살해당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천동은 살해 누명을 쓰고 죽는다. 천동의 자식들은 그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또 한 번의 박해다. 정 과장은 가진 것 없는 ‘살인자의 아들’ 경구(김지훈)가 자신의 딸 홍연(이인혜)과 사귀는 걸 알고 분노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 경구를 긴급조치 위반으로 조작해 체포하려 한다.

가해자 아버지는 자신들의 죄를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이를 통해 권력을 얻어 금실을 호의호식 시키고, 피해자 아버지는 힘은 없지만 자식들에게 바르게 사는 삶을 가르친다. 그 사이에서 금실은 묻고 고민한다. ‘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22, 23일 마지막 두 회분 방송을 남겨둔 ‘황금사과’는 세 아버지의 자식들이 물려받은 삶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한다. 병삼이 찬성한 베트남전 파병 때문에 그의 아들과 손자는 고엽제 질환에 걸리고, 홍연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반면 천동의 가르침을 따른 그의 자식들은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결국 금실은 천동을 자신의 아버지라 생각한다.

경제적인 번영은 이뤘지만 긴급조치 위반으로 잡혀가면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던 시대. 우리는 그 때 어떤 아버지를 선택해야 했는가. ‘황금사과’는 어떤 정치적인 사건도 구체적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금실의 세 아버지 이야기만으로 시대와 인간의 관계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하지만 ‘황금사과’의 미덕은 풍자를 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 천동의 큰 딸 경숙(박솔미)은 집요할 정도로 병삼에게 속죄할 것을 요구하고, 결국 병삼은 자신의 죄를 깨닫는다. 반면 속죄하지 않은 정 과장은 비참하게 몰락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정한 화해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용서가 아닌, 가해자의 진심어린 속죄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때서야 금실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는 아버지들의 시대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황금사과’가 소중한 이유다. 드라마가 더 이상 시대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지금, 이 드라마는 우리의 아버지들로부터 이어진 우리 현대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간 깊은 골을 메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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