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기업의 미국 주요 6개항 운영권 인수를 둘러싼 ‘안보 논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비토권 행사 위협으로까지 이어졌다.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 등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인수를 저지하려는 법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부시 대통령이 아예 처음부터 비토권 행사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따라 UAE의 ‘두바이포트월드’가 뉴욕 뉴저지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 미 주요 6개항의 운영권을 가진 영국 ‘P&O’사를 6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촉발된 대립은 미 행정부_의회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콜로라도주 방문 후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에게 “두바이 기업의 인수는 행정부의 주의깊은 검토를 거쳤다”면서 “이는 안보 위협이 없는 합법적 거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영국기업은 되고 중동 기업은 안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인수저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 사이에선 “인수반대에는 인종적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테러리스트의 온상인 중동의 기업에게 미 항만의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반대론은 인수대상 항만 지역의 의원 및 주지사, 공화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의원은 “이번 거래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한다”며 봉쇄 법안 제출을 공언했다.
공화당쪽의 움직임은 부시 대통령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인수 승인 재검토를 요구하며 저지 법안제출 세력에 가담했다. 역시 공화당 출신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등도 승인 취소 또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바이포트월드’의 회장인 술탄 빈술라옘 UAE 왕자는 대표단을 이끌고 급거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인수 거래는 다음달 2일부터 효력을 발생할 예정이어서 미국내 논란은 막바지까지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 등이 정치논리로 민간 경제 분야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의회는 지난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하자 중국의 석유산업 장악 우려를 내세워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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