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퀴즈 대한민국’에서 환갑을 넘긴 최고령 퀴즈 영웅이 탄생했다. 올해 61세인 퇴역 군인 박승관씨가 주인공.
18일 녹화된 박씨의 승부 대결은 한 편의 ‘인간드라마’였다. 1991년 육군 중령으로 전역한 박씨는 예편 2년 전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지금이야 보조기구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지만,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늘 괴로운 심정이었다.
그러던 중 치매도 예방할 겸 소일거리 삼아 나라이름 외우기를 시작한게 박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외우고 또 외웠죠. 그런데 아프리카 대륙 쪽으로 가면 도무지 이름이 입에 붙질 않는 거예요. 브루나이의 수도가 ‘반다르 세르 베가완’인데, 한 백번쯤은 외운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213개국의 나라와 수도명을 외웠다. 그 덕분에 2002년 월드컵 때는 이웃들에게 외국 축구팀을 해박하게 소개해 ‘척척박사’라는 소리도 들었다.
이후 박씨는 우연히 TV 퀴즈 프로그램을 보며 문제를 맞춰가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후 영역을 넓혀 상식 책을 독파하고 퀴즈 프로그램을 보며 차근차근 지식을 쌓았고, 딸의 적극 권유로 퀴즈 프로그램 출전을 결심했다. “너무 간단한 사실이나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상식을 통해 세상 사는 폭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2년 전부터 퀴즈 프로그램 출전을 준비한 박씨는 자녀들의 도움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활용했고, 신문을 꼼꼼하게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자나깨나 퀴즈만 생각하며 준비한 끝에 박씨는 손녀뻘 되는 예비 대학생 함초롬씨와 벌인 팽팽한 두뇌싸움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목표를 정하면 어떤 고비가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중요합니다.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이었지만, 내가 설정한 목표는 꼭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퀴즈왕까지 됐네요. 제 우승이 60대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씨의 승부 장면은 26일 일요일 오전 9시50분 방송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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