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시내 한 사립대 2006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고사가 끝난 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일보 등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이 학교가 풀이 과정을 요구하거나 정답을 직접적으로 묻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는 교육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의 본고사를 방불케 하는 고난이도 문항들이 대거 출제됐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학교는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위반 대학에 포함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6개 대학의 논술고사 문제는 변형된 본고사”라며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문항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위반 유형 교육부가 지난해 8월30일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 크게 4가지였다. 여기에 해당하면 모두 본고사라는 것이다.
고려대 자연계 수리논술고사 2번째 문제의 경우 정확히 그물에 걸렸다. 직사각형 넓이 관련, 풀이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설명을 하라는 문항이었다. 산술 및 기하평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손을 댈 수 없는 문제였다.
서강대 문항도 본고사에 가까웠다. 호수의 넓이와 관련한 지문을 제시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호수 면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는 주문이었다. 중앙대 이화여대 울산대의 문제도 수열 등 수학적 개념이나 풀이 과정 테스트에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외국어대는 한국어로 된 질문을 던지고 답안을 영어로 쓰게 했다.
인ㆍ적성 검사 점수화 한양대 등 4개 대학은 인ㆍ적성 검사 결과를 전형에 반영했다. 교육부는 “단순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해야 하는데도 점수화한 것은 문제”라며 “논술고사 규제가 강해지자 본고사 형태의 변칙적인 인ㆍ적성 검사를 실질적 전형 요소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 과정에서 영어나 한문 등 외국어 능력을 측정하거나 수학과 관련된 풀이문제, 사자성어 등 단순 지식을 측정하는 문제 등을 집중 출제했다. 한양대의 경우 짧은 내용의 대화형 영어 문제를 내고 의미를 물었다.
한 대학은 ‘부등식 y0, x>0을 만족하는 평면 영역의 넓이는’이라는 문항에 4개의 보기를 제시해 “인ㆍ적성 검사와는 무관한 학력검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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