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 당시 1만여 명의 이슬람계 양민들을 학살한 ‘발칸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63ㆍ사진)가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르비아 관영 탄유그 통신은 21일 “믈라디치가 베오그라드 서쪽 96㎞ 떨어진 보스니아 접경 산악지역에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구 유고 전범재판소(ICTY)로 이송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세르비아_몬테네그로 정부 대변인은 “이번 보도는 그를 체포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AP 통신과 BBC 방송 등은 세르비아 당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 믈라디치의 소재가 파악돼 당국이 현재 그의 투항을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믈라디치는 보스니아 내전(1992~95) 당시인 95년 세르비아 민병대 사령관으로 스레브레니차 인근에서 5일간 8,000여명의 이슬람계 남성과 소년들을 학살하는 등 모두 1만여 명을 ‘인종 청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나치 대학살 이후 최악의 인종범죄로 꼽힌다.
믈라디치는 내전이 끝난 뒤에도 자신을 ‘전쟁 영웅’으로 대접하는 세르비아인들의 보호 하에 베오그라드 시내를 활보하다가 2001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연방 대통령이 체포된 뒤 종적을 감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잔혹한 만행을 저지른 믈라디치를 체포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는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그의 행방을 알면서도 비호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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