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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신한銀 속내는 "외환銀을 내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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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신한銀 속내는 "외환銀을 내 품에…"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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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국민은행의 ‘대형화 논리’와 하나은행의 ‘반 독점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도 세계 60위 안에 드는 초대형 은행을 하나쯤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독과점 은행의 출현은 국민경제의 위험이다’는 주장간의 논리 싸움이다. 언뜻 보면 둘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고도의 전술이 감춰져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금융에서도 삼성이나 LG처럼 세계적으로 통하는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며 외환은행 인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국에서 1위인 국민은행이 외국에서는 전혀 대표성 없는 반쪽짜리 은행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세계 60위 권의 글로벌 은행’이라는 모토이다.

영국의 ‘뱅커’지에 따르면 작년 7월말 기준으로 200조원 자산의 국민은행의 세계 순위는 76위. 자산 72조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세계 60위 권 안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국민은행 주장대로 동북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세계적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서 초대형 은행의 출현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 또 덩치가 커지면 비용은 줄고 효율성은 높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산업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규모의 불경제’가 생길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보면 초대형 은행의 순기능이 클 지 모르지만, 국내만 보면 결코 금융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상황만은 아닐 수 있다는 애기이다.

하나은행이 걸고 넘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목. 하나은행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독과점 은행이 출현하게 돼 금융서비스가 악화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예수금 기준)이 33%를 넘고, 2위 우리은행(19.5%)과의 격차가 13% 포인트로 벌어진다. 선진국들도 1, 2위와 나머지 은행들간 점유율 격차는 커도 1위와 2위 간 격차는 별로 없다. 격차가 심할수록 2위 이하 은행들의 대출 늘리기 등 자산 불리기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외환’ 조합이 독과점 제한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에 해당하지만 ‘국민+외환’은 여기에 못 미친다. 또 ‘상위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70% 이상’ 요건은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해도 마찬가지이다.

수치상의 요건 외에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하는 공정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의 분모인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은행의 ‘대형화 논리’나, 하나은행의 ‘반 독점 논리’ 모두 상대를 흠집내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식으로 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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