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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 복귀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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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 복귀 藥인가 毒인가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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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의 건축학과를 졸업한 백모(28)씨는 1년이 다 되도록 ‘백수’ 신세다. 열심히 이곳 저곳 기웃거려 보지만 가고 싶은 회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을 뽑고 있다.

“지난해에 원서 낸 곳은 모두 2곳밖에 안 돼요. 회사 입장에선 뽑아서 곧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좋겠지만 젊은 인재들도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1년 전에 한 제약 회사 영업직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이모(52)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다시 나와 줄 수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영업이라는 게 인맥 싸움이잖아요. 회사가 규모를 늘리면서 그 동안 내가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는 다음 달에 재입사할 예정이다.

회사를 은퇴한 ‘노병’들의 일터 복귀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포스코 현대차 등 대규모 제조사업장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이다. 따라서 몇 년 내에 퇴직자들이 급증할 경우 회사는 당연히 은퇴자들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노사관계 한 전문가는 “한꺼번에 많은 퇴직자들이 생길 경우 발생하는 사업장의 ‘노하우 공백’을 신규 인력으로 메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수년 안에 몇몇 업종에서는 은퇴자들의 인기가 상한가를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계 쪽에서는 은퇴자의 재입사에 대해 일단 호의적인 분위기다. 업무에 대한 준비 기간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회사 분위기에 적응도 빠를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신규 채용자에 대한 업무 교육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돈도 절약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선 이 소식이 달갑지 만은 않다. 취업 기회를 박탈 당해 일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씨는 “이랜드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회사가 신규채용 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젊은 인재를 발굴해 키우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연구원 산하 뉴패러다임센터의 이용우 팀장은 “은퇴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늘어나는 고령자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일자리를 두고 세대간에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직무 분야를 구분해 선택적으로 은퇴자를 재고용하면서 신규 채용도 등한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인력을 키우지 않은 것이 나중에는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은퇴 후 재입사할 경우 이전에 받았던 고임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장유유서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재입사한 은퇴자에 대한 인사 관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은퇴자 재활용을 위한 고용 형태, 직무 개발 및 처우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 60세이상 정년퇴직자…日, 일정비율 고용해야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고민 중인 일본은 법개정을 통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퇴직자를 복귀시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 4월부터 60세 이상 정년퇴직자를 일정 비율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하는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지난해 말 개정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4월부터 60세 이상 정년 사원 가운데 희망자를 전원 재고용키로 결정했으며 노무라 증권, 아사히맥주, 생명보험업계 등 모든 대기업이 퇴직자에게 재취업의 문을 열었다.

미국 자동차업체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 회사의 45세 이상 직원은 2002년 41%였으나 2011년이면 6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은 경력직이 필요할 때 25%가량을 3만여명의 퇴직자 중에서 충원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독일은 퇴직자의 재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법률 보완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정년 연령은 59세지만 평균 수명은 83세로, 숙련된 기술과 경험, 지식을 가진 퇴직자들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 LA타임즈는 최근 호주의 한 기업가가 퇴직한 미국 엔지니어들에게 이민을 주선하면서까지 이들을 채용했다고 보도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GM대우 부평공장은 "회사 정상궤도에" 활기

인천 부평시에 위치한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이곳 저곳에서는 요즘 때아닌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자주 들리곤 한다. 근무 조의 작업 시작 종이 울리고 컨베이어벨트가 굉음을 내며 시끄럽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일부 근로자들은 서로 어깨를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눈에 자주 띤다.

바로 정확히 5년 전 대우자동차 시절 정리해고 된 직원들이 속속 GM대우차 부평 공장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2001년 2월 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조립부에서 6년간 근무하다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계획안 발표로 정리해고를 당한 김영기(35)씨도 복귀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달 GM대우차로부터 복직을 희망할 경우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 한 통을 받은 그는 복직 절차를 밟고 있다.

“퇴직금 1,200만원을 달랑 쥐고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중소 식품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며 힘겹게 살아왔다”는 김씨는 “이제 옛 동료들과 라인에서 함께 일할 생각만 해도 하늘을 날 것만 같다”고 말했다.

현재 GM대우차 부평공장에는 김 씨와 같이 옛 아픈 추억을 뒤로 한 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복귀하는 직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GM대우차는 2001년 2월 정리 해고된 1,725명에 대한 재입사 작업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수출 호조와 더불어 새로운 중형 세단 ‘토스카’가 1월 출시됐고 신형 SUV가 올해 상반기 안에 선보임에 따라 생산인력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이미 1,000여명이 재입사했고 남은 인원 중 희망자들은 신체검사 등 재입사 절차를 거쳐 부평 공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옛 일터에서 희망찬 땀방울을 흘리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5년 만에 부평공장 부품 조립반으로 돌아온 이모(37)씨는 “오랜만에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젠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성재 GM대우차 노조위원장도 “옛 대우차 시절의 동료들이 다시 일터로 완전 복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고통 뒤 기쁨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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