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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 예술이 숨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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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 예술이 숨어있어요"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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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명륜동 3가 성균관대 뒷골목. 마을버스가 힘겹게 돌아나가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예술작품으로 변신했다. 자취생이 담배를 사가는 구멍가게와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은 복덕방, 연탄재가 놓인 시멘트 계단이 모두 전시공간이자 전시물이다.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적 소통을 시도하는 ‘접는 미술관’의 프로젝트 전시회 ‘명륜동에서 찾다’가 16일 시작됐다. 이 전시회는 우리가 사는 동네를 개발을 위한 행정구역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공간으로 찬찬히 읽어내려는 시도다. 작업에는 젊은 미술가 17인이 참가했다.

오후 3시. 전시가 시작되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함께 작품 관람을 위한 동네탐험에 나섰다. 명륜동 마을지도를 손에 쥐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다가 작품에 이르면 해당 작가가 자신의 작업 내용을 얘기한다.

성균관대 맞은 편에 있는 유리가게 안에서 작가 배영환씨가 ‘나의 아름다운 명진 유리가게’라고 이름을 붙인 자기 작품을 설명했다. “유리가게는 우리 주변에 늘 열려 있는 훌륭한 갤러리라고 할 수 있죠.”

유리가게 안 벽에는 이발소나 분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레방아나 알프스 풍경이 담긴 싸구려 액자가 가득 걸려 있다. 배씨는 그 액자 속에 자신의 사진 작품들을 담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안규철 교수는 마을버스 정류장과 비좁은 계단들을 작품 소재로 삼았다. 정류장마다 눈에 잘 띄는 색깔의 모자이크 타일로 만든 정류장 표시를 만들고, 미로처럼 퍼져 있는 비좁은 계단들엔 이정표를 달았다. 안 교수는 “정류장과 계단들은 주민들의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뒤섞인 익명의 공간”이라며 “이것들에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집집마다 새로운 문패를 달아주기도 하고, 동네와 관련된 물건을 가져오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면 커피를 대접하기도 한다. 주민들도 적극 참여했다. 정자에 그림과 시를 새겨 넣기도 했고, 명륜동의 역사와 상징물, 전시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접는미술관의 최소연씨는 “동네 구석구석 숨어있는 은밀한 매력을 누설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라고 말했다. 동네프로젝트는 25일께부터 청파동 숙명여대 뒤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명륜동 3가 김시만 동장은 “처음에는 낯설어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동네의 숨은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작가들에게 모두들 감사해 한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인터파크나 티켓링크에서 표를 예매한 후 명륜동 3가 선우부동산에 마련된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동네를 탐험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전시회가 끝나는 3월 12일에는 주민들이 ‘명륜예술상’을 뽑아 시상식도 연다. 관람료 성인 2만원, 1만원. 문의 (02)540-0107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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