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법원을 사칭해 채무자들에게 빚을 갚도록 위협한 금융기관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모 상호저축은행 대표 남모(56)씨는 지난해 1월께 소액 대출자들의 상환실적이 저조하자 32명을 계약직으로 채용, 특수 채권팀을 꾸렸다. 채권팀에게는 별도의 봉급 없이 실적급을 주기로 했다.
채권팀은 실적을 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빚 독촉을 했지만 효과자 없자 묘안을 짜냈다.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죄가 되고 재산을 가압류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가짜 서류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서울 모 경찰서 명의로 ‘사기 혐의로 사건접수’ ‘사건 검찰 송치’ 등의 내용이 담긴 통지서를 채무자들에게 발송했다.
또 마치 법원에서 재산 압류 결정을 내린 것처럼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우편물을 보낼 때도 법원 우체국 소인이 찍히도록 법원 내 우체국만을 이용했다. 모두 채무자가 돈을 갚게 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이렇게 보낸 우편물만 지난 1년간 16만통에 달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들은 서류 내용이 허술하고 봉투 겉면과 속 내용이 다른 점을 수상하게 여긴 한 채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채무자에게 허위사실을 통보하거나 국가의 위계를 이용해 채권추심을 하면 안 되는데 이를 어겼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5일 이 같은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해 온 혐의(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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