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가? 독자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아니다? 그렇다? 필자는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다. 예수가 여성을 차별하라고 했는가? 아니다. 예수는 그 어떤 인간도 차별하라고 한 적이 없다. 신약 27권 그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마호메트가 여성을 억압하라고 했는가?
■심지어 동양적 여성 탄압의 원흉으로 꼽히는 유교_종교라고 한다면_의 창시자라 할 공자님도 여성을 차별하라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종교는 분명 여성을 억압해 왔다. 서양 중세시대 가톨릭의 종교재판 중에서도 특히 극심했던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그에 비할 바야 아니지만 가톨릭과 정교회는 아직도 여성 신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감리교회와 미국 성공회, 독일 루터교회 등에서 그나마 1980년대 이후 주교(감독)직까지 여성을 임명하는 추세에 비해 본다면 비기독교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차별이 아닐 수 없다.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한 대표적인 기독교단체의 완벽한 시대착오가 21세기 서울에서 벌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YMCA는 25일 총회를 열어 선거권ㆍ피선거권ㆍ의결권을 갖는 총회원 자격 관련 규정을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입교인)인 ‘사람’에서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인 ‘남성’으로 바꿀 계획이다.
전체 회원의 60%, 자원봉사자의 90%가 여성이지만 중요한 결정만은 남자분들만 하겠다는 얘기다. 세계 어느 나라 YMCA에도 이런 코믹한 자격 조항은 없다.
서울Y가 어떤 단체인가? “신앙과 생활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충실한 제자가 되려는 결단과 그리스도의 정신을 넓혀 간다는 사명을 지닌 기독교 단체”“기독교인이면 교역의 수준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활동하는 평신도 운동체”(홈페이지 www.ymca.or.kr)가 아닌가?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1903년 발족)를 지닌 민간단체로서, 기독교 선교 및 시민ㆍ사회ㆍ청소년 운동 부문에서 큰 기여를 해 온 것은 바로 이런 정신 때문이 아닌가?
98년 세계YMCA 대회도“YMCA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우르는 기독교 운동” “모든 사람들, 특히 청년과 여성이 더 큰 책임을 맡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형평성 있는 사회를 위해 일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사정이 이쯤 된다면 옹고집을 버릴 만도 하지 않을까? 시간도 아직 며칠 남았는데….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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