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들이 음악과 미술 등 ‘예술’ 공부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박삼구 회장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본사 3층 문호(雯湖)아트홀에서 영화 ‘아마데우스’를 감상할 것을 주문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려 다시 한번 그의 일생과 작품을 음미해 보라는 뜻이다. 문호아트홀은 박 회장이 형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호를 따 국내 최고의 실내악 전용홀로 꾸민 공간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바탕체’, ‘굴림체’, ‘돋움체’ 등으로 혼용돼온 각 본부 보고서의 글씨체를 모두 ‘가을체’로 통일했다. 박 회장이 ‘가을체’가 가장 깨끗하고 단정해 보인다며 바꾸도록 했다. 그룹 관계자는 “폰트 하나 바꿨는데 딱딱하던 보고서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임원 165명은 다음달부터 경기 용인시 그룹 인재개발원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들은 1박2일 동안 합숙하며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의 ‘최고 경영 디자이너 만들기’ 과정을 마쳐야 한다. 박 회장 본인도 1999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IDAS의 ‘디자인 경영’ 교육을 이수했다. 박 회장은 앞서 1일 비상하는 꺾쇠 모양인 그룹의 새 기업통합이미지(CI)도 선포했다.
박 회장의 이러한 시도는 모두 ‘아름다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기내 커피 서비스를 ‘UCC 커피’로 바꾸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UCC 커피는 세계적인 친환경 비정부 기구인 ‘열대우림동맹’(RA)에 가입,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는 고급 커피다. 일반 커피보다 30% 정도 비용이 더 들지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서비스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이 겉 멋만 부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견실하고 신뢰 받는 기업, 사회적 지탄을 받는 대신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기업이 바로 아름다운 기업”이라며 “21세기엔 이런 기업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아름다운 기업론은 대우건설 인수전과 무관하지 않다. 자산 규모 5조원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선 먼저 이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도 박 회장의 아름다운 기업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아름다운 기업론이 지난해 삼성의 X파일과 두산의 형제의 난 등으로 불거진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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