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움츠렸던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월말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을 앞둔 상태지만, 이달 들어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판교 대체 청약지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계약률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분양 러시 경기 하남과 김포, 용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분양이 줄줄이 이어진다. 업계는 당초 3월말 판교 분양을 앞두고 서울ㆍ수도권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사이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판교 신도시의 당첨확률이 낮아 청약 포기자들이나 추첨에서 떨어진 실수요자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포 장기지구에는 반도건설과 제일건설, 이니스산업개발, EG건설 등 4개 사가 다음달 초 1,417가구를 동시분양하고 신영도 비슷한 시기에 267가구를 따로 분양한다.
고분양가 논란과 윤상림씨 로비사건 등으로 분양이 연기됐던 하남 풍산지구도 최근 동부건설, 삼부토건 2개사가 분양승인을 신청하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하남시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승인을 내줄 방침이어서 다음달 초 에는 본격적인 청약이 시작될 전망이다.
판교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용인시도 3~4월께 분양이 쏟아진다. 대주건설은 공세리에 2,600여가구를, 진흥건설은 다음달 구성읍 상하리에 1,000여가구를 각각 분양한다. GS건설은 성복동 5개 사업지에 총 3,700여가구를 이르면 3월말 이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실수요자 소신 청약 판교신도시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당첨 확률이 희박하자 수요자중 일부가 대체 청약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3일 끝난 서울 삼성동 현대아파트는 10평대 소형이 많았지만, 대부분 무주택과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1가구가 공급된 33평형은 1,335명이 신청해 지난해 6월 대치동 아이파크(2,234대1) 이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판교 우선 청약자격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가 613명이나 신청했다. 통장 사용여부가 불투명했던 10평대도 18평형이 42대1, 16평형이 14대1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대행을 맡은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판교 분양 때문에 당초 순위 내 마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청약제도 개편을 앞두고 당첨 확률이 낮은 판교에 매달리기 보다 대체 투자처에 눈길을 돌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계약률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임광토건이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분양한 ‘임광그대가’ 아파트는 당초 정상 계약률이 40%에 불과했지만,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 나흘 만에 70%를 넘어섰다. 지난 연말 분양한 김포시 고촌 현대아파트(2,605가구)도 초기 80%였던 계약률이 현재 96%까지 올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판교 분양이 임박해지면서 청약통장을 쓰는 대신 1순위 청약 자격이나 재당첨 제한 등에 걸리지 않는 선착순 미분양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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