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 의혹이 확산되면서 검찰수사 가능성이 짙어졌는데도 금융권은 이에 아랑곳없이 이전투구 양상의 과열 인수전을 펼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이나 영업 포트폴리오의 최적화 등 절박한 필요성이 있겠지만, 매도자인 론스타의 위세만 키워주는 지금의 인수전 구도는 ‘상처뿐인 승리’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일의 선후를 그르치면 당사자들은 국부 유출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우선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따라 국회 재정경제위가 밝혀낸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의혹부터 규명돼야 한다. 2003년 7월 은행 내부자료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10%였으나 금감원 제출자료엔 6%로 낮게 평가된 경위가 첫째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이 외환은행을 사실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도 거론된다.
더구나 론스타는 스타타워 매각과 관련한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수사와 재판 결과, 벌금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50.5%의 외환은행 지분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노조 등이 ‘선 의혹 해소, 후 매각 추진’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조급한 쪽이 론스타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론스타는 전자입찰 등으로 매각을 서두르다가 여의치 않자 “통상적 절차를 통해 금융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돌아섰다. 그런데도 인수경쟁에 뛰어든 은행들은 서로 헐뜯으며 자신들이 가진 칼자루를 론스타에 헌납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그 사이에 인수가격만 높아져 현재 주가라면 론스타는 1조4,000억원을 투자해 2년여 만에 3조원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될 판이다. 론스타에 배 아파할 새도 없이, 냉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국내 은행들이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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