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오랜 칸막이가 사라져 증권 선물 신탁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금융투자회사’가 설립되면 금융기관의 영업영역도, 투자자들의 재테크 선택폭도 한층 넓어지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별의별 금융상품이 다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 지금은 주식형 적립식 펀드의 경우 ‘주식 60%, 채권 40%’식으로 투자대상과 심지어 편입비율까지 엄격히 제한되어 있지만(열거주의), 앞으론 금융상품개발이 원칙적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창의력과 설계능력에 맡겨 진다(포괄주의).
예컨대 증권펀드라도 자산의 50%이상만 주식과 채권에 넣어두면 나머지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고, 부동산펀드 역시 일정 부분은 금이나 원유 같은 실물자산에 투입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아예 주된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어디든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허용된다.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부동산→금→채권식으로 투자대상을 ‘갈아탈수’ 있는 만능형 펀드인 셈이다.
파생 상품쪽으로 가면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에선 이미 보편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재난 재해 범죄발생율 날씨(강수량 강설량 일조량) 등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스키장 운영업체가 겨울철 적설량이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옵션거래를 통해 매출감소를 메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같은 환경관련선물 및 옵션상품, 전력 등 에너지관련 선물과 옵션상품도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종류 뿐 아니라 상품판매채널도 다양해진다. 보험설계사처럼 투자상품도 전문영업사원(판매권유자)에 의한 판매가 허용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굳이 금융기관 창구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펀드나 파생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상품관련 규제가 풀리는 만큼, 투자자보호 규제는 한층 깐깐해진다. 창구에서 팔든, 방문판매를 하든 투자자에게 손실위험을 꼼꼼히 알려줘야 한다. 무작정 팔아서도 안되고, 반드시 면담을 통해 투자자 특성에 맞는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의무(Know-your-customer-rule)도 부과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만약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 직원으로부터 손실위험성을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 채 주가연계증권(ELS)에 100만원을 가입했다가 주가하락으로 원금이 80만원이 됐다면 원본손실액 20만원에 대해 금융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금융기관에 입증책임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회사는 은행에 준하는 지급결제기능도 갖는다. 증권계좌로 월급을 받을 수도 있고, 이 통장에서 송금 카드대금결제 전기요금납부도 할 수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입출금도 되고, 환전까지 가능하다.
한편 금융투자회사법이 시행되면 기업부담도 일부 줄어든다. 지금은 주요계약 체결시 금융감독위원회와 거래소에 이중공시를 해야 했지만, 앞으론 공시채널이 거래소로 단일화된다. M&A협상처럼 투자자 보호보다 기업비밀유지가 우선인 사항은 수시공시예외가 인정돼, 공개의무 때문에 ‘빅 딜’이 깨지는 일은 없어질 전망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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