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대표부가 이용했던 파리 시내의 한 건물에 3ㆍ1절을 맞아 이를 알리는 현판이 걸린다.
주철기 주 프랑스대사는 17일 “고문서 등을 통해 4년 전 김규식 선생 등 대표단이 사무실로 사용했던 건물을 확인했다”며 “이 후 현판을 내거는 것이 교민 사회의 바람이었지만 건물주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최근 교섭이 잘돼 3월1일 선조들의 뜻을 기리는 현판을 부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판에는 ‘여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위원회가 있었다’는 문구가 프랑스어로, ‘대한민국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청사 1919~1920’라는 문구가 한글로 각각 새겨진다.
파리대표부가 1919년 입주한 이 건물은 파리시내 9구 오페라극장 근처의 샤토덩거리 38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는 상가와 아파트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 내에는 대표부가 활동했다는 흔적이 전혀 없다.
건물주들은 문화재 건물로 지정될 경우 집값 하락을 우려, 현판 설치를 극구 반대해왔다. 하지만 주 대사가 2003년 취임한 후 프랑스 정부 및 파리시 관계자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한국의 소중한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의 의미를 전달해 동의를 얻어냈다.
파리 대표부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 강화회의에 맞춰 1919년 3월에 설치됐다. 임시정부가 파견한 첫 외교 공관인 셈이다.
김규식 선생 등은 재정 문제로 1년 여 만에 문을 닫을 때까지 이 건물에서 당시 강화회의에 임시정부 대표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잡지‘자유대한’을 발행해 외국 언론에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알렸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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