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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정보불통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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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정보불통의 '블랙홀'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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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우주의 형상은, 처음 식을 푼 학자의 이름을 따서 ‘드 시터 우주’라고 한다. 이 우주의 특징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것이다.

우주 탄생시 대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은 스티븐 호킹의 이론 이래 매우 유명한 사실이다. 대폭발 이후 팽창하는 우주에서 특이한 사실은, 우리가 일정한 거리까지 밖에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쉽고 어설프게 이유를 말하자면 빛의 속도는 일정해 우주의 나이만큼 빛이 도달할 거리까지만 볼 수 있는데, 우주 자체가 빠른 속도로 팽창해 우주의 가장자리 자체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 가장자리 저편의 곳은 인간은 볼 수가 없다. 이것을 사상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어떤 과학자는 이런 현상을 “정보 전달의 속도가 빛의 속도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보면 물리계는 정보전달에 의지하여 존재한다. 빛이라는 것도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질의 존재도 어떻게 보면 정보이다.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정보를 전달받은 개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결국 물리의 법칙일 수 있다는 말이다.

공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빛보다는 느리지만, 대부분의 기계적 반응은 유한한 속도로 전파한다. 파괴공학에서는 물체가 파괴되어가는 현상을, 파괴력을 느끼느냐 느끼지 못하느냐로 판가름한다. 일반적 용어로도 힘을 ‘느낀다(feel)’고 표현한다. 파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쓰나미가 발생하여 전파하는 것은 해저의 지각변동에 의한 에너지 정보이고, 쓰나미에 강타당하는 해안은 그 순간 정보를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IT가 과학과 공학의 전부인 것처럼 강조되어온 지난 10여년이 약간은 허무하게도 느껴진다. 결국 과학과 공학의 모든 분야는 정보전달을 연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인간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정보전달의 효율화 추구에 있다고 말 할 수도 있겠다. 빛의 속도야 물리학적 대전제이니 거스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음속 정도는 이미 돌파한 우리이니 그 발전 속도는 가히 눈이 부시다.

그런데 유독 정보전달이 되지 않는 곳이 있다. 우주에서는 블랙홀이 그렇다. 블랙홀의 테두리가 사상의 지평선 이어서 우리는 그 내부의 정보를 전달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말 그대로 블랙홀이다.

공무원의 숫자가 또 늘어난다 한다. 세금도 또 늘어난다 한다. 부동산 중개비는 몇 배가 올라간다 한다. 도대체 시정의 정보는 정부나 관공서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래서 대한민국의 정부와 관공서는 과연 블랙홀인지, 아니면 사상의 지평선 바깥쪽에 앉아있어서 숨어있는 높으신 뜻을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만 한다.

고재현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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