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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EU도 "관타나모 폐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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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EU도 "관타나모 폐쇄를"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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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미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유엔인권위원회(CHR)가 임명한 인권특별조사관 5인이 16일 54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더욱 무게가 실렸다.

유엔 차원에서는 최초인 이 보고서가 18개월 만에 빛을 보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유럽의회, 국제엠네스티(AI) 등도 한 목소리로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관타나모에서의 인권유린 혐의를 극력 부인하면서 폐쇄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인권특별조사관들은 다음달 13일 CHR에 공식 제출될 보고서를 통해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고문에 버금가는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면서 “수용소는 즉각 폐쇄돼야 하며 테러 용의자들은 재판에 회부되거나 석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사진 등 증거자료에서 예시한 가혹행위에는 구타는 물론, 족쇄 채우기, 사슬로 묶기, 두건 씌우기, 독방 감금, 발가벗겨 땡볕에 세워두기, 개로 위협하기, 잠 안 재우기, 종교적ㆍ성적 수치심 주기 등이 망라돼 있다.

미국이 테러용의자에 대해서는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 같은 ‘심문기법’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특히 가혹행위에 대한 항거로 단식에 들어간 80여 명의 수감자들의 코에 튜브를 집어넣어 음식물을 강제 주입한 것이 이 달 초 사실로 드러나면서 관타나모의 악명은 더욱 높아졌다.

아난 사무총장은 “개인을 기소하지 않고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만간 폐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도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AI는 “관타나모 인권유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수감자들은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있다”면서 “보고서는 테러그룹이 퍼뜨린 거짓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2001년부터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수용소를 만들어 전 세계에서 잡아들인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연루혐의자를 이곳으로 실어 날랐다. 으며. 한때 760여명에 이르던 수감자 중 180명은 석방됐고 76명은 다른 곳으로 이송돼 현재 500여 명이 감금돼 있다. 이 중 재판받은 수감자는 고작 1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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