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비상경영 체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비상경영 선포에 이어 급기야 관리직 임금동결 선언까지 나왔다.
현대ㆍ기아차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 1만1,000명은 22일 외환위기 이후 8년 만에 임금을 동결키로 자율 결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관리직의 이 같은 움직임을 4월 임금협상을 앞둔 회사측의 ‘공세’로 치부하는 분위기여서 노사긴장이 증폭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금동결 선언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등 대외적 악재 출현과 함께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사원들이 앞장서 내핍경영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 납품단가 인하를 추진키로 한 것에 맞춰 본사 관리직들도 임금동결 선언을 통해 본격적인 ‘고통분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대수 증가에도 불구, 환율 충격으로 매출액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03년 9.0%를 정점으로 2004년 7.2%, 2005년 5.1%로 매년 하락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상실할 위기를 맞고 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 전지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기존 자동차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한 강연회에서“최근 GM 몰락과 도요타의 4년간 임금 동결 등을 놓고 볼 때 현대ㆍ기아차 근로자들도 이제 중산층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임금동결을 선언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대ㆍ기아차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와 임직원의 임금 동결 외에 추가로 전체 직원에 대한 임금 동결이나 인상률 삭감 등의 강력 처방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팽배하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와 상반된 입장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날 경남 울산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장급 이상의 임금 동결 선언은 올 봄 임금협상을 앞둔 사측의 선제공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이사 7명의 보수한도를 지난해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혀 노조의 강경대응이 예상된다.올해 4월 현대.기아차의 임ㆍ단협에서 노사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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