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당국자들이 2002년 작성한 ‘한미동맹 미래 공동협의 결과’ 보고서의 골자는 ‘통일한국을 남한이 주도하고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주도권을 남한이 갖는다는 것은 결국 통일 한반도는 북한을 배제한 자유민주주 체제라는 뜻이다.
이는 ‘남한의 연합제 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6ㆍ15공동선언에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공동선언에서는 통일 이후의 체제를 언급하지 않은 반면, 보고서는 일방적으로 남한체제를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다향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고서가 군사 당국간에 진행된 협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주목하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퇴역 장성은 “끈끈한 동맹국인 한미 군사 당국자들이 모여 통일을 논의하면서 과연 적으로 규정하는 북한체제를 손들어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과) 교수도 “군사 당국자들은 체제 압도적인 흡수통일도 평화통일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6ㆍ15공동선언의 행간을 읽으라는 주문도 있다. 정상이 처음으로 회동하는 역사적인 자리에서 통일 이후 체제를 규정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한 정부 당국자는 “양 정상의 심중에는 각자의 체제가 통일 이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희망이 있었겠지만 역사적 만남의 의미를 고려해 침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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