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3주기인 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대구시민회관. 3년 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발생 시각 같은 장소에 추모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졌다.
진혼북 공연에 이은 넋모시기, 추도시 낭독, 분향과 헌화 등 추모행사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유족들은 울고 또 울었다. “엄마 문이 안 열려요” “아빠 숨이 막혀요” “살려주세요” 등 휴대폰으로 마지막 남은 아들 딸들의 비명소리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3년이 흘러간 지금 대구지하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었다. 열차 내장재가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교체됐고 유사시 역사의 유독가스를 막는 수막설비와 승객이 전동차를 세울 수 있는 비상정지버튼이 설치됐다.
하지만 시민의 ‘지하철 노이로제’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8일 대구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후 김모(33ㆍ대구 달성군)씨가 전동차 안에서 살충제에 불을 붙여 승객을 위협하는 아찔한 장면이 재연됐다.
여기다 역 지하환기실의 히터펌퍼 과열, 전동차 출입문 센서 불량, 공기압력배관 고장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대구야”라는 소리가 입에 붙은 대구시민들은 “심지어 서울 등 타 도시 지하철의 사고소식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하소연한다.
안전 못 지 않게 안타까운 것이 또 있다. 유족단체가 2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구지하철추모사업에 대해 뒤늦은 합의안을 이끌어 냈지만 아직도 분열된 모습 그대로이다. 이날 추모식도 따로 가졌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아무 곳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안전과 화합’을 염원하는 원혼들의 바람이 그냥 묻혀버린다면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전준호 사회부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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