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 마지막 해를 맞은 자립형 사립고가 기로에 서 있다. 늦어도 1월 안으로 향후 운영 방안을 내놓겠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약속이 깨지면서 자사고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확대해야 한다”는 육성론과 “시범운영 기간을 좀 더 갖자”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 있어 교육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고 재학생,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사고 운영 문제가 흥정의 대상이 되는 듯한 모습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가 정치권과 교원단체 등의 눈치를 보느라 ‘평준화 정책 보완과 고교 체제 다양화 및 특성화 유도’라는 자사고 도입 취지를 잊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운영과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교육부이다. 지난해 하반기 자사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를 낸 교육부는 ‘자사고 제도 협의회’ 건의를 토대로 당초 지난달 ‘포스트 자사고’ 방안을 낼 예정이었으나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13명의 교육계 인사로 구성된 협의회가 수 차례 논의를 거쳐 교육부에 건의한 내용은 크게 2가지. ▦2007년 2월까지로 됐있는 시범운영 기간을 2009년 2월까지 2년 연장하고 ▦시범운영 학교를 확대(찬성 8명ㆍ반대 5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범운영 평가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뒤 확대 문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전국교직원노조를 중심으로 한 진보교육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은 “자사고는 1,000만원이 넘는 값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 ‘신 귀족형 학교’이자 대입에 유리한 또 다른 형태의 특목고”라며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보수 학부모단체는 “전반적인 학력하향화 추세 속에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육부가 협의회 건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총은 15일 ‘자사고 육성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를 압박했다. 교총은 보고서에서 “고교평준화를 보완하고 교육의 국제경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사고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정쩡한 태도로 교육계 안팎에서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교육부는 “일러야 이 달 말은 돼야 자사고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며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자사고를 운영할 정도의 재력이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고 말해 확대에는 부정적인 입장임을 내비쳤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8일 2006년 교육부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사고 확대는 곤란하다”고 했던 발언에 무게가 싣리는 대목이다. 시범운영은 연장하되 확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결론이 나올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강북 뉴타운 3곳의 자사고 설립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여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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