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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난 뒤 소품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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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난 뒤 소품 운명은?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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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란서생’을 본 30대 예비신부 ‘나간다’양. 혼수 준비에 바쁜 머리도 식힐 겸 극장을 찾았다가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영화 속 정빈(김민정)이 입고 나오는 붉은 색 한복에 ‘필’이 확 꽂힌 것. “어, 저 한복 어디서 살 수 있지?”

한국 영화의 영상미가 급격히 향상되면서 영화 속 소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급스럽고도 화려한 소품 덕에 화면의 ‘때깔’과 미장센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음란서생의 경우 소품 비용이 순제작비(48억원)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럼 이렇게 공들여 만든 소품들은 영화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소품은 어디로 가는지, 그 운명을 추적해보자.

경매 통한 판매가 대세

인터넷 마케팅이 보편화하면서 인터넷 경매를 통한 소품 판매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교도소 출감 장면에서 입은 물방울 원피스는 500여명이 입찰해 80만9,000원에 낙찰됐고, 복수 장면에서 입었던 검정 가죽코트와 감방 동기들을 만날 때 입은 푸른색 코트는 각각 54만9,900원과 42만300원에 팔려나갔다.

영화 ‘태풍’에서 장동건이 입은 셔츠와 카디건도 105만원에 낙찰돼 소품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음란서생’에서 정빈이 포스터 촬영 때 입은 한복치마 2벌과 부채, 이범수의 춘화서책은 현재 경매가 진행중이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준기)과 연산(정진영)이 그림자 놀이에 사용했던 등과 공길의 자살장면에서 쓰인 단도, 줄타기 장면에서 사용된 각시탈 등도 자선경매를 준비 중이다.

2003년 개봉한 명품 사극 ‘스캔들’은 욘사마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 주요 소품을 대량 판매했다. 배용준이 입은 푸른색 도포와 부채가 각각 700만원과 800만원에 판매됐고, 전도연이 연기한 숙부인의 경대는 300만원에 낙찰됐다.

영화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전도연의 빨간 목도리는 소품팀이 큰 돈 안들이고 만든 것인데도 3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받고 주인을 찾아갔다. 유명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직접 디자인한 ‘스캔들’의 의상은 국내에서도 재벌가 등 유한부인들의 관심이 지대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은 대부분 복지재단 등에 기증돼 영화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다.

영화사 비단길의 정금자 마케팅실장은 “소품 판매가 영화 홍보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요즘은 수익의 사회환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이벤트가 영화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계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은 소품의 운명

작품을 대표하는 메인 소품이 경매를 통해 팔리고 나면 나머지 소품은 협찬사에 반납하거나 다음 작품 때 사용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란서생’의 유기전에 배치된 1억원 상당의 유기그릇은 협찬사인 거창유기가 회수한 후 다시 손질해 일반에 정상 판매할 예정이며, 5톤 트럭 12대 분량의 ‘왕의 남자’ 소품은 일부는 직접 제작한 강승용 미술감독이 소유하고 일부는 세트ㆍ소품 제작업체 아트서비스에 보관돼 추후 재활용할 계획이다. ‘스캔들’의 나머지 소품들도 다음 작품을 위해 창고에 보관돼 있다.

골동품 수집가나 제작업체는 사극이나 퓨전사극의 단골 거래처.

‘음란서생’의 왕실 장면에서 사용된 시가 5,000만원짜리 병풍은 상류층을 주고객으로 하는 전문제작업체에서 빌려다 쓴 후 반납했으며, 한석규가 쓰고 나온 안경은 한 안경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는 시가 2,000만원짜리 조선시대 골동품으로 촬영 후 소유주에게 회수됐다.

이 소장가는 ‘혈의 누’에도 안경을 제공하는 등 대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시회 통한 분위기 띄우기

유명 디자이너 정경희씨가 제작한 ‘음란서생’의 한복은 워낙 독특해 다른 작품에 재활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2.5톤 트럭을 꽉 채운 100여벌의 의상은 현재 마땅한 보관장소가 없어 정경희씨가 개인 보관하고 있지만, 제작진은 의상의 예술적 가치를 고려해 전시회를 검토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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