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부통령은 15일 메추라기 사냥 도중 오발사고를 일으켜 사냥 동료인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 변호사 해리 위팅튼을 다치게 한데 대해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11일 오후 5시 30분께 사건이 발생한지 90여 시간만이다. 체니 부통령이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그의 침묵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백악관과 공화당의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와의 특별인터뷰 형식을 빌어 “(이번 사고는) 내 인생에 최악의 날들 중 하나였다”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친구가 내 앞에서 부상을 당해 쓰러지는 장면은 결코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오발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위팅튼 변호사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하는 사냥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위팅튼 변호사의 책임에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체니 부통령은 사고소식을 하루가 지난 뒤에야 언론에 알려 은폐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사고 현장에 있던 목장 주인이 언론에 알리는 것이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길이라고 믿었다”고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위팅튼 변호사는 심장 근처에 박힌 산탄총알 때문에 14일 가벼운 심장발작을 일으켰으나 다시 안정을 찾았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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