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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입양32년 '쌍둥이 경찰'/"母國경찰서 한수 배우고 쌓여온 그리움 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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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입양32년 '쌍둥이 경찰'/"母國경찰서 한수 배우고 쌓여온 그리움 풀어야죠"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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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름과 친부모에 대한 몇 가지 정보는 알지만 밝히고 싶지 않아요.”

머나먼 노르웨이로 입양됐다가 32년 만에 늠름한 현지 경찰관(경사급)이 돼 돌아온 쌍둥이는 말을 아꼈다. 애타는 그리움이야 사무칠 테지만 행여 낳아준 부모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럽기만 하다.

대신 쌍둥이는 자신들의 노르웨이 이름과 어머니의 나라에 온 이유를 밝혔다. “우린 슈타인 리 호브(32)와 오드 리 호브 형제입니다. 우리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 특히 한국 경찰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이들은 20일 소원대로 고국의 경찰청을 방문했다. 24일까지 머물면서 이택순 경찰청장을 면담하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경찰박물관, 경찰대, 서울 강남경찰서 폐쇄회로(CCTV) 센터 등을 견학한다.

쌍둥이는 한국 경찰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형 슈타인은 노르웨이 로갈랜드 경찰서에서 범죄수사관으로, 동생 오드는 애스커앤베럼 경찰서에서 외사 업무를 각각 맡고 있는 터라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 경찰에 대한 인상을 묻자 “아직 말할 만큼 많이 보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974년 태어나자마자 노르웨이(한국 입양아 1만5,000여명 추산)로 입양된 쌍둥이의 삶에 심란한 추억이 왜 없을까. 하지만 형제는 인터뷰 내내 방긋방긋 웃으며 “임업을 하는 양아버지와 간호사인 양어머니 밑에서 경찰관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99년엔 형 슈타인이, 2000년엔 동생 오드가 각각 노르웨이국립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경찰 계급장을 달았다. 슈타인은 “경찰관은 남을 도울 수 있고 도전적이며 흥미진진한 직업”이라고 했다. 둘은 모두 노르웨이 부인을 얻어 아기까지 둔 어엿한 가장이다.

입양의 상처를 딛고 노르웨이에서 작은 성공을 일궜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만은 늘 간직하고 있었다. 동생 오드는 10년 전 어머니의 나라가 사무쳐 방학을 맞아 잠깐동안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이 첫 방문인 형 슈타인은 “노르웨이에선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주로 인터넷을 검색해본다”고 귀띔했다.

형제는 지난해 7월 용기를 내 주한 노르웨이대사관을 통해 “모국인 한국의 경찰을 직접 보고 배우고 싶다”며 견학을 요청했고 노르웨이경찰청과 현지 입양단체의 도움으로 드디어 19일 모국 땅을 밟게 됐다.

형제는 “우리랑 똑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신기했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둘은 공식 일정 외에도 “아름다운 고궁과 인사동, 남대문시장, 남산 등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업이 경찰관인 형제는 친부모를 찾는 일도 마음만 먹으면 성사되리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찰청 역시 형제가 친부모를 찾기를 원하면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친부모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친부모에 관한 건 개인적인 일이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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