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정운찬 총장이 지적한 지식집단의 문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정운찬 총장이 지적한 지식집단의 문제

입력
2006.02.27 01:45
0 0

16~17일 양일간 열린 ‘제 6회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를 맞아 한국경제학회 새 회장에 취임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정부와 재계에 던진 쓴 소리와 학계에 촉구한 자성은 경청할 만하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관료 기업인 학자 등 지식집단이 시대적 요청을 정확히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실천적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 곳곳에서 갈등 누적에 따른 리더십의 위기가 발생하고 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다.

정 총장의 문제의식은 “우리 경제가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봉착해 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기에는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성장동력 실종, 양극화와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 중국 등 주변국의 급부상 등으로 정책 및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은 과거의 성장 메커니즘에 사로잡혀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그 동안 축적된 내공으로 반석 위에 올라섰다”고 자화자찬하는 정권 핵심세력이나 관료들의 귀엔 거슬리는 말이겠지만, 사실 이 정부는 급속한 권위 해체에 따라 분출된 갖가지 갈등을 관리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거친 주장만 날뛸 뿐, 합의 혹은 대안이 설 자리는 사라졌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설득과 관용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에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는데 한국 사회엔 ‘적 아니면 동지’란 관계만 지배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 총장이 “경제학계가 현실문제를 도외시한 채 지적 유희에만 몰두하거나, 해법 제시라는 미명으로 섣부른 정책처방을 내놓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꼬집으며 학계가 정책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 역시 되새길 만하다.

객관적이고 치밀한 연구와 생산적 논쟁을 통해 사회적 어젠다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학계가 본령을 뒤집은 ‘차가운 가슴’과 ‘뜨거운 머리’로 현실을 호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