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는 북한 금융시스템에 ‘기대 이상의’엄청난 타격을 주어 북한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재 이후 미국이 추가 제재를 공언하고, 중국도 북한과의 금융거래에 신중한 자세여서 북한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국 소식통은 “우리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통해 돈세탁 및 위폐 유통 등에 관한 많은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대외 금융의 대동맥을 타격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제재 조치 이후 수 주만에 북한의 대외무역 대부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BDA와 관계가 끊긴 이후 거래할 다른 금융 기관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북한의 소비재 수입은 올 스톱 상태이다.
평양의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제재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며 “금융제재는 큰 충격이었고 우리의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단둥(丹東)의 한 사업가도 “북한 업자가 대금 지불 능력을 잃어 신발용 고무제조에 쓰이는 원료를 북측에 넘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BDA 제재는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이 신문은 북한의 BDA 계좌는 위조지폐 유통, 돈세탁 등 불법행위는 물론 BDA 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파생 거래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조치로 BDA내 20개 북한 금융기관, 11개 무역업체, 9명의 개인계좌 등에 예치된 수백만 달러가 동결되자 다른 거래들도 위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외화 현찰 조달 문제 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거래선 확보 문제이다. 북한과 거래해 온 외국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추가 조치를 우려, 잇따라 대북 거래단절을 선언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한 외국 무역상의 경우 본국 은행으로부터 “미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북한으로부터의 송금을 받지 않겠다는 통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효과에 고무된 미국은 한술 더 뜨고 있다. 특히 미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북한은 핵 보유 비용 문제를 다시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제재가 북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2월 북한이 금융제재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을 북측 관리들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측에 대북 경제 제재 동참을 촉구한 뒤 중국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도 주목된다. 중국 은행 관계자들은 북한과 관련된 거래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측에 밝히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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