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학 지원 기부금이 줄을 이었던 1995년에 국제교류재단이 기부 받은 돈은 1,000만 달러에 가까웠습니다. 재단이 한국학 사업에 그 해 쓴 1년 예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많던 기부금이 외환위기 이후 줄기 시작해 지난해는 고작 25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기업 등 민간의 해외 한국학 지원에 대한 조세 감면 폭이 크게 늘어났다. 관련 법률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특례기부금 대상 기관에 재단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학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권인혁(69) 이사장은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금을 내면 소득의 50%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나 손금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부진했던 한국학 지원 기부금이 올해는 제법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한국학 지원에 민간 기업의 기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머잖아 한국학과를 폐지할 거라고 해서 지난해 관심을 끌었던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경우, 현재 한국학과 교수가 1명인데 비해 일본학과 교수(강사 포함)는 14명이다.
일본은 닛산의 도움을 받아 일찌감치 닛산인스티튜트를 설치하고 일본학 강좌 운영과 학제간 리서치, 자료 수집 비용을 지원했다. 국제교류재단이 출범 2년만인 93년에 이 대학에 배분한 한국학 지원금이 1억원이었을 때, 닛산의 옥스퍼드대학 일본학 지원금은 83억원이었다.
“중국학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자비를 들여서라도 개설, 운영하는 쪽이지만 일본학만 해도 일본국제교류기금이나 닛산, 도요타 등 기업들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학과가 만들어지고 전문학자가 양성되고 있습니다.”
사정은 우리도 일본과 다를 바 없지만 안타깝게도 해외 한국학 지원은 일본 정부나 기업의 일본학 지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2003년 일본학 지원 예산 규모가 530억원이었을 때, 국제교류재단의 한국학 지원금은 37억원이었다. 2003년 무렵 일본이 세계 103개 국가에서 2,341개의 일본학 강좌를 개설했을 때, 한국어ㆍ한국학 강좌는 60개국 661개(그 중 일본이 335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가뭄에 단 비 같던 기업 기부금은 97년 국제교류재단이 특례기부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뚝 끊기다시피 했다. 삼성문화재단, 한국삼공, 경방, SBS문화재단, 신일기업 등 몇몇 기업과 기업 부설 문화재단의 기부가 이어졌지만, 이전까지 적극적이던 많은 대기업들이 기부자 명단에서 사라졌고 기부 액수도 크게 줄었다.
권 이사장은 “해외 한국학의 규모를 늘리는 데 국제교류재단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등 민간의 기부야말로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릴 든든한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기부금은 해외대학의 한국학 석좌교수직 설치, 해외대학의 한국학 강좌 운영, 해외 주요 연구소의 한국 관련 연구, 외국 도서관에 한국 관련 도서 및 자료 제공, 해외 주요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및 운영 등에 사용된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관심 밖이던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과 중남미권에 한국학 기반을 만드는데 더 주력할 생각”이라며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실제 이 지역의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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