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협회는 22일 정기총회를 열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무협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회원사 대표 1, 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 이 전 장관을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제26대 회장으로 뽑았다.
이로써 무협은 남덕우 전 총리(1983~91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인이 아닌 고위 관료 출신을 새 회장으로 맞게 됐다.
이날 총회는 예상과 달리 표 대결을 통한 후보경선은 연출되지 않았다. 500여 중소 수출업체로 구성된 한국무역인포럼(회장 곽재영)이 “정부가 민간 단체인 무협 회장 자리를 낙하산 인사로 장악하려 한다”며 낚싯대 수출 중소기업인 동미레포츠의 김연호 회장(74)을 차기회장으로 추천했지만, 이에 찬성하는 ‘재청’이 없어 그의 입후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찬반세력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격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진통이 잇따랐다. 특히 위임장(대리 출석) 취합 결과(찬성 6,617ㆍ반대 2,617)에서 보듯 반대파들이 찬성표의 3분의 1 가량 위임장을 확보, 무협에 대한 일선 중소 업체들의 불만이 적지않음을 느끼게 했다.
때문에 이날 새로 출범한 이희범호는 이같은 불만을 수용하고 내부 조직혁신 등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사실 7만여 회원사를 거느린 무협은 지난 15년간 민간기업 인사들이 수장을 맡아오면서 자체 수익사업에는 큰 성과를 보였지만, 공익성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회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무역업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일부에서는 “무역센터 등 부동산 관리업무와 매달 한번씩 시행되는 ‘무역의 날’ 행사 포상자 선정 외에 한 게 없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왔다. 따라서 협회 업무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을 털어내고 환율급락으로 적자 위기에 직면한 대다수 중소 수출기업들을 지원할 대책부터 찾아야 한다.
또 5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FTA 체결과정에서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이희범 무협 회장 "官출신이지만 官에 쓴소리 할 것"
이희범 무협 신임 회장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오늘 여기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며 “무역 업계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돕고, 중기의 애로를 풀어주는 데 힘 쏟아 무협이 진정한 무역인의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며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기초도 착실히 닦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임 회장은 이어 “총회에서 반대의견을 낸 이들과 하루 빨리 만나 무협 발전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민주적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신임 회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72년 행시(12회)에 합격했다.
산업자원부 산업국장ㆍ자원정책실장, 서울산업대 총장 등을 지냈으며, 2003년 12월부터 2년 1개월간 산자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무역 5,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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