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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햇빛 본 안익태 선생 자필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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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햇빛 본 안익태 선생 자필악보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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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나를 환영하는데 왜 내 조국에는 내가 설 땅이 없단 말인가. 애국가를 잘못 작곡해서인가?”1961년 5ㆍ16 쿠데타 이후 귀국해 한국음악협회 출범을 돕고 국제음악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음악계의 질시에 시달리던 안익태(安益泰ㆍ1906~1965)는 서운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엄혹했던 일제 시대에 유럽과 미국에서 세계적 교향악단들을 지휘하며 한국인의 문화적 우수성을 떨치고 돌아온 조국에서 친일파니 독재에 협력한다느니 하는 비난을 받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그러나 그를 기리는 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올해 탄생 100주년(12월 5일)을 맞아 각종 행사도 풍성한 만큼 이제는 지하에서나마 그런 한을 풀었으리라. 6월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 연주회가 열리고, 10~11월에는 그의 지휘활동과, 스승이자 후원자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의 관계 등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 뜻 깊은 해에 고인의 자필 악보 2건이 발견돼 6월에 초연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제목으로만 전하던 교향시 ‘마요르카’(1948년)와 ‘포르멘토르의 로 피’(1951년)여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유족들이 안익태기념재단에 기증해 정리ㆍ연구 중인 유품에 창작곡 악보가 몇 편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니 역시 제목으로만 전하는 ‘고종의 승하’‘야악(夜樂)’‘방아타령’등 7편 중 한두 편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일보는 1992년 8~10월 국민성금 모금 캠페인을 벌여 안익태기념재단 출범에 크게 기여했고, 이듬해부터 안익태작곡상과 콩쿠르를 재단과 공동 개최하고 있다.

새 악보 발굴을 계기로 1930~40년대에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적 수준의 음악적 성취를 보여준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모차르트 탄생 250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도 흥겨운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 작곡가부터 잘 알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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