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총회에서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 선출된다. 유엔 헌장 97조는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총장을 최종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4대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 때부터 총회는 투표 없이 박수로 인준하는 게 관례가 됐다. 결국 총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고, 안보리가 사무총장을 결정하는 것이다.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을 포함, 최소 9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하게 된다. 안보리 추천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대개 비공식 예비투표과정(straw poll)을 거친다.
즉, 유엔 총회의장이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불러 각 후보자에 대한 가부 의사를 묻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사무총장으로 추천된다. 이 때 상임이사국은 붉은색 투표지, 비상임이사국은 흰색 투표지에 후보에 대한 가부 표시를 하게 되는데,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있는 후보자는 무조건 탈락한다.
안보리에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어야 하는 것이 총장이 되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인 셈이다.
1996년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6대 총장이 재선을 위해 출마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에 실패했고 발트하임 총장도 3선을 추진하다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었다.
사무총장 선출 시기는 이르면 6~7월, 늦어도 9~10월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올해 말 완료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난 총장과의 알력 때문에 가급적 빨리 새 사무총장을 선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러시아가 조기 선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기는 유동적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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