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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차기 유엔 총장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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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차기 유엔 총장 신경전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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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 극대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양대 강국의 격돌은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당선 전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양국 사이의 표면적인 전선은 차기 사무총장이 ‘아시아 몫’임을 인정하느냐 여부다. 15일에도 양국은 유엔에서 한차례 공중전을 펼쳤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의 리처드 그레넬 대변인은 “우리는 지역 순환원칙에 동의한 바 없다”고 말했으나 유엔주재 중국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맞섰다.

양국의 표면적 입장 차이 뿐 아니라 이들의 속내까지 더듬어 보면 보다 복잡한 국제정치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 대사는 최근 “동유럽 차례는 언제 오느냐”고 함으로써 미국이 동유럽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동유럽 언급은 동유럽 국가들을 영향권내에 확보하려는 목적 외 러시아 견제의 뜻도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까지 아시아 후보를 반대할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미국 입장에서는 차기 사무총장이 아시아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 목표일 수 밖에 없다. 재조정을 거치고 있는 한미 관계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유효한 대 한국 카드다.

미국은 또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연말이 아닌 9월 총회에서의 ‘조기 선출론’을 주장, 또 다른 변수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 비하면 중국의 의도는 단순한 측면이 있다. ‘아시아 몫’ 관철을 주장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이 제한돼 있는 일본과의 확연히 대비를 통해 유일 강자로 올라서려 한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중국이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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