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와의 악연(惡緣)을 끊고, 올림픽 3관왕에 도전한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1ㆍ한체대)가 스케이트화 끈을 동여맸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안현수는 일요일인 19일 새벽 4시 19분(한국시간) 미국의 안톤 오노(24)와 남자 1,000m 8강전에서 격돌한다. 안현수가 오노 등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 2관왕이 된다. 안현수는 우승이 유력한 남자 5,000m 계주에도 출전하기 때문에 한국 선수로는 첫 올림픽 3관왕이 될 수도 있다.
안현수는 오노라면 치가 떨린다. 4년 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1,000m 결승전. 1위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은 안현수는 마지막 바퀴에서 오노의 왼손에 걸려 결승선을 눈앞에서 두고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난 오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금메달의 꿈이 무산된 17세 소년 안현수는 스케이트 날에 찢긴 오른손을 붙잡고 통곡했다.
안현수는 지난 4년간 묵묵히 이날을 기다렸다. 복수의 칼날을 갈아 온 안현수는 “지난 4년간 오노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히 분석했다”면서 “몸싸움은 물론 할리우드 액션도 내게는 소용없을 것”이라며 이를 갈았다. 이 때문에 로이터 통신은 1,000m 결승을 ‘오노에 대한 안현수의 복수전’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오노는 “나는 아직도 최고의 스케이터”라며 거들먹거리고 있다.
월드컵에서 1,000m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이호석도 금메달 사냥에 가세한다. 이호석은 “한국 선수끼리의 충돌을 피하느라 1,500m에서는 은메달에 머물렀다”면서 “하지만 주종목인 1,000m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오전 5시 44분에는 여자 1,500m 결승이 벌어진다. ‘쇼트트랙 여왕’ 진선유(18ㆍ광문고)를 비롯해 변천사(19ㆍ신목고), 최은경(22ㆍ한체대)이 무더기 메달사냥에 나선다. 진선유의 금메달이 유력한 가운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이 금, 은, 동을 모조리 싹쓸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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