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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들인 反美영화 터키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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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들인 反美영화 터키 휩쓸어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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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의 계곡_이라크(Valley of the Wolves_Iraq)’라는 터키 반미영화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터키 영화계 사상 가장 많은 1,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9일 개봉 이후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 중이다.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도 출연했다. 반미영화의 새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도 상영 중이며 곧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영화는 살인마로 그려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의 이름을 미국인을 뜻하는 ‘샘(Sam)’으로 짓고 그와 미군들을 터키 특수부대와 첩보요원이 단죄하는 내용이다.

미국에선 ‘뮌헨’에 이어 할리우드 스타가 다시 최악의 반미 선전영화에 출연했다고 떠들썩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에서 조지 클루니가 “미국이 중동을 착취한다”고 비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갔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악역인 미군 사령관은 ‘타이타닉’의 빌리 제인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의사 역은 ‘리설 웨폰’의 게리 부시가 각각 맡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유사하게 ‘신이 보낸 평화의 사도’를 자처하는 샘 사령관은 부모 앞에서 자녀를 사살하는 반사회적 정신병자로 그려진다. 그가 지휘하는 미군들은 결혼식 피로연에서 시민들을 살육하고, 사원에 폭탄을 던지며, 즉결처형을 자행한다.

유대인 의사는 이라크 수감자의 장기를 떼내 서방에 파는 반 인륜적 범죄를 일삼는다. 지난해에는 대 테러전을 다룬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 “24”가 미국에서의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터키에서는 방영되지 못했다. 미국을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가 터키인으로 그려졌다는 이유에서다.

흥행이 말해주듯 영화에 환호하는 터키인들은 “이라크에 대해 들은 모든 것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맡은 바하디르 오즈데너는 “영화의 60~70%가 사실”이라며 “터키는 동맹국인 미국에게 비록 쓰지만 진실과 잘못된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터키의 반미감정은 영화 도입부에서 묘사된 2003년 미 해병대의 터키 특수부대원 체포(술라이마니야 사건)와,미국의 이라크전 및 쿠르드족 지원 등으로 골이 깊어져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반미시위가 없는 것은 이 영화가 반미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중동 전문가 센기즈 카다르는 “영화가 터키의 강경 민족주의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육군은 13일 터키 주재 미군들에게 영화관 주변에 가지 말 것과 영화에 대한 논의에 가담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로버트 윌슨 터키 주재 미국 대사는 TV에 나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코멘트를 피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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