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이택순 경찰청장 체제가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상당수 하위직 경찰관(경사 이하)이 오히려 ‘수사구조 개혁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
반발의 조짐은 근속승진확대 등을 담은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해를 넘겨 표류하고 정부에서 보완입법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비롯됐다. 이 청장의 출사표가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에 불을 질렀다.
이 청장은 13일 “국회에서는 ‘6-7-8(경장-경사-경위)’안을 냈지만 원래대로 ‘7-8’안을 유지하면서 경위 승진요건은 당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입장 및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언급이었다.
이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하위직은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전ㆍ현직 비간부 출신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회원 8,000여명)’은 “국회에서 개정한 대로 ‘6-7-8’안을 유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속승진 개정안이 무너지면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경찰대 폐지를 촉구하겠다”며 노골적으로 경찰 지휘부를 압박했다.
14일에는 서울경찰청 송모 경장 등 현직 경찰관 12명이 “재개정은 부당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 당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냈다. 이들은 가족까지 동반하고 ‘근속승진 보완입법 철회’를 요구하는 침묵 시위도 했다.
하위직이 수사권 조정을 볼모로 삼은 데는 그 사안의 수혜자가 어차피 경찰 수뇌부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찰의 양대 현안인 수사권 조정은 수뇌부, 근속승진 확대는 하위직의 바람이라는 입장차가 존재해 왔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적전(敵前) 분열’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무궁화클럽이나 일부 경찰관의 돌출 행동이 경찰 전체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집단행동 자제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하위직의 반발은 이택순 체제에 적지 않은 부담임에 틀림없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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