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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정신질환자 체중 감 - 웰니스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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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정신질환자 체중 감 - 웰니스 프로그램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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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벤의 몸무게는 115㎏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의 아메리칸치즈 세 조각은 아메리칸치즈 서른 조각으로 불어났고, 그의 깍지 속에 든 완두콩은 빅맥, 감자튀김으로 바뀌었다. 벤은 시종일관 먹어댔다. 가족 중 누군가가 깨어나기 전 이른 새벽에, 한밤중에, 하루 온 종일.

벤은 신발 끈을 매려해도 튀어나온 배 때문에 몸을 굽힐 수 없었다. 그가 몸을 기울일 때면 꽉 끼는 셔츠 사이로 출렁거리는 살덩어리들이 환히 드러났다. 내 아들은 비참했다.

정신장애아를 아들로 둔 미국 여성 아동교육 전문가가 쓴 <나의 라디오 아들> 中

사례1.

김모씨(41)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역 앞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한여름에 두터운 겨울 코트를 입고 다녔고, 때로는 “사탄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자해소동을 벌였다. 한때 밤업소에서 웨이터 일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그였지만 1990년에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뒤,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자 가출해 길거리를 떠돈 것이다.

김씨는 지난 해 가족들에게 발견돼 다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치료가 효과를 볼수록 체중이 늘어나 평소보다 10㎏ 이상 많은 90㎏에 육박한 체중이 그를 괴롭혔다. 특히 정신분열증이 어느 정도 치료돼 차분히 돌아본 자신의 모습이 ‘비만’ 상태임을 확인하고는 비참했다.

그는 그때쯤 우연히 정신과에서 운영하는 12주 짜리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자진해서 참여했다.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수업 집중도는 떨어졌지만, 3개월 만에 4㎏ 정도 감량할 수 있었다. 외모에도 자신감이 생긴 그는 “이제는 직업도 갖고 여자친구도 사귀겠다”며 더욱 치료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례2.

한때 드라마 엑스트라로 활동을 했던 강모(36ㆍ여)씨는 조울증으로 인해 2004년 3월부터 현재까지 병원에 입원중이다. 강씨는 2년여 동안 조울증 약물을 투약하다보니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계속 불어났다. 때문에 강씨는 점점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며 움직이지 않았고, 급기야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 조차 거부했다.

대신 그녀는 빵, 초콜릿 등의 간식 등에 탐닉했다. 그때쯤 그녀의 몸무게는 91㎏을 넘어서고 있었다. 가끔씩 음식 조절을 시도했지만, “무슨 소용이람”이란 생각은 그녀를 하루 이틀만에 원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혼자 몇번씩 시도를 해도 안 되던 체중감량은 그러나 10명이 팀을 짜서 하는 체중감량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조금씩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때 약 3㎏을 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녀 스스로 “밀가루 음식은 살이 찐다”는 생각을 하며 자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다시 단역배우를 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식사조절,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게 비만은 고질적인 ‘합병증’이다.

특히 이 합병증이 더 문제인 것은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 의지가 꺾인다는 점이다. 우선 비만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이들이 집안에만 숨어있게 만든다. 집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먹는 것에만 열중하니 살이 찔 수 밖에 없다. 또 각종 정신과 관련 약물은 비만유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를 하면 할수록 자꾸 살만 찌잖아요”라며 병원에 발길을 끊기 일쑤다. 때문에 비만은 치료하는 입장에서나, 환자 입장에서나 정신질환에 더 빠지게 하는 ‘늪’과 같은 존재이다.

최근 정신의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로 지난해 초부터 외국계 제약사인 한국릴리가 개발하고 서울대병원, 용인정신병원, 국립정신병원 등 국내 50개 병원들이 참여해 실시하고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한국릴리측은 “최근 1년간 500여명의 환자들이 참여해 평균 3㎏의 체중 감소 효과를 봤다”며 “식이요법, 운동요법으로 감량에 성공함으로써 환자들의 성취감도 높아져 사회 복귀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웰니스 프로그램이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yness)의 합성어로, 정신과 환자에게 영양과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지침을 주는 내용으로 꾸며진 12주 짜리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병원마다 환자 10명 정도로 팀을 꾸려 일주일에 한번씩 식이요법, 칼로리계산법, 운동법 등의 ‘다이어트 요법 및 생활습관’을 강의하는 집단치료 방식이다.

◇ 어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어느 정도 학습이 가능한 정신분열증, 비전형성 우울증, 조울증 환자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다. 비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질환자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비만증세가 나타나는 다운증후군 환자와 같은 경우 등은 학습능력이 떨어져 효과를 보기 어렵다.

◇ 정신질환자들은 왜 살이 찌나

정신질환자들에게는 보통 과식 습관이 나타난다. 질환 종류에 따라 다르나 일종의 충동조절 장애인 격이다. 또한 정신분열증, 조울증, 우울증 관련 약물들은 빵 등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당기게 하는 특성 등이 있어 이로 인해 비만이 유발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그러나 약물을 쓰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질병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 정신질환자들 비만이 왜 나쁜가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 고지혈증 등 합병증 등이 유발된다. 외국의 경우 정신분열증을 5년 이상 앓은 사람의 50% 정도에서 이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질병들이 생겼을 경우 환자들은 식이요법을 해야 하지만, 방법을 몰라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 없었나

정신과 환자 재활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인사하기, 시선 두기, 대화하기 등 대인관계 훈련에 집중돼왔다. 또 약물 교육, 증상 관리, 사회 기술 회복 등 정신건강 교육을 많이 해왔다. 다이어트를 통한 자신감 회복 등은 영국, 아일랜드 등에서 주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황태연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환자들이 개별적인 다이어트를 하면 쉽게 포기하지만 집단적인 치료 프로그램에서는 상호상승작용을 통해 성공하는 사례가 더욱 많다”며 “체중감량 효과를 본 환자들은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 정신질환 치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 정신과 환자들의 비만 원인

① 잘못된 식습관

-과도한 식사량

-칼로리 섭취는 높지만, 영양섭취는 제대로 안됨

② 신체활동의 부족

-너무 오래 앉아 있고, 움직이기 싫어함

2. 비만으로 인한 질환들

당뇨, 심혈관계질환, 암, 관절염, 근골격계 이상, 수면 무호흡증, 우울증, 조기사망 등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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