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는 비단 직접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도 급락했던 펀드 기준가가 좀처럼 오를 줄 모르고 있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투신권이 이번 조정기에 보유종목 포트폴리오 조정 등 목적으로 주식을 대거 내다팔면서 주식형 펀드는 최근 들어 보기 드물게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 이전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낮아지는 선에서 그치지만 지난해말 이후에 뒤늦게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평균 62.3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순수 주식형 펀드는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평균 _5.62%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혼합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도 각각 -1.93%와 -0.93%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줄어드는 펀드 잔고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투자자라면 이쯤에서 채권형 펀드 동시 가입을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채권시장이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의 감소로 점차 활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수익에 만족한다면 당분간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1.9%로 은행 정기예금 이자를 밑돌았던 채권형 펀드는 올들어 평균 0.71%의 수익률을 기록, 국내 펀드 유형 중 최고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펀드별로는 삼성투신운용의 ‘ABF 코리아 인덱스종류형 채권 클래스A’(1.54%)와 ‘삼성장기주택마련채권1’(1.41%), 조흥투신운용의 ‘탑스적립식채권1’(1.33%), KB자산운용의 ‘KB 막강국공채적립투자신탁’(1.18%), 한국투신운용의 ‘부자아빠퇴직채권1’(1.13%), PCA투신운용의 ‘PCA스탠다드플러스채권I-34’(1.05%) 등이 1% 이상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의 상대적 강세현상은 지난해 통화 및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급등했던 채권 금리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초 연 5.20%에 근접했다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며 17일 현재 연 4.83%까지 하락했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채권금리 급등 현상이 재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과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기조가 상반기 중 마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한, 증시 조정으로 부동자금이 증가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이 늘어나고 있어 채권 수급에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47조원 대까지 감소했던 채권형 펀드 수탁액도 최근 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 수탁액은 지난 8일 47조6,860원을 바닥으로 9일 47조8,440억원, 10일 47조9,050억원, 13일 48조3억원, 14일 48조27억원, 15일 48조1,17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올해 채권형 펀드가 지난해와 같은 수익률 부진 현상을 재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 1% 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 투자액을 채권형 펀드로 완전히 옮기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채권형 펀드는 연간 기대 수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하지만 주식형 펀드는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늦어도 3월말 이후에는 최근의 증시 조정국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형 펀드를 전액 환매하고 이 자금을 채권형 펀드에 모두 넣는 것보다는 주식형과 채권형에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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