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리 경제는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오름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난해 7월 1,030원대였던 달러화 환율은 960원대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엔화 환율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해왔던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 경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각 부문에서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부 글로벌 기업의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불균형 성장 체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무엇보다도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과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자리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중국으로 인해 이미 초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중국이 아직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TFT-LCD, 휴대폰, 자동차, 정유, 정보통신, 은행 등의 산업에서만 특수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흔히들 이를 산업의 양극화로 부르고 있으나, 사실은 우리 경제가 처한 국제적 경쟁체제에서 파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정확한 인식이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금과 노사관계의 안정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그간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아왔던 고임 대기업의 임금 인상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그 재원으로 하청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ㆍ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ㆍ근로조건 향상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지속성장을 위해 미래형 R&D투자도 늘려야 한다.
본격적인 저성장ㆍ고용불안 시대를 맞이하여, 임금 인상을 통한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은 한계에 부딪힌지 오래다. 이제는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으로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임금과 생산성은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생기고, 투자가 이루어져야 일자리와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가운데 22일 발표된 현대ㆍ기아자동차 임원과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임금 동결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기업의 비상경영 돌입 선언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미국 GM, 포드 및 독일의 폭스바겐조차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때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초우량기업들조차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R&D 기반 강화를 통한 기초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경쟁력 우위는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초우량 기업의 임원과 관리자들이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라고 보여진다. 모쪼록 “뭔가 해보자”는 이같은 결의가 다른 고임 대기업으로 널리 확산됨은 물론,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어져 만성적인 분규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노사관계의 전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p>한국경영자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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