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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사람 냄새나는 한국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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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사람 냄새나는 한국영화가 좋다

입력
2006.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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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 시작된지도 이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일본만 놓고 보면 한류는 여전히 ‘겨울연가’의 배용준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예쁜 환상들을 만족시켜주는 낭만적 이미지와, 다소 현실감은 떨어지는 귀공자 같은 모습, 그리고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보여준 매너로 숱한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몇몇 한류 스타들이 일본 시장을 노크했지만 그들 또한 여전히 배용준의 이미지를 추종한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직접 살아보니 일본의 한류 팬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배용준이라는 아이콘에 묶여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국사회는 그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매력은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조금만 친해지면 격식을 허무는 친밀한 대화도 그렇다.

반대로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 친구들이 “지하철도, 음식점도 너무 조용해서 무서웠다”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집 밖에서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으며 공사 구분이 명확하다.

가령 한국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종업원들을 종종 보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일할 때는 ‘인간다움’을 애써 지우려는 것이라고 할까. 한국에 사는 일본 친구들이 “일본인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생긴 새로운 취미 중 하나는 극장에서 한국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한국의 코미디 영화에서는 일본영화에는 부족한 ‘인간다움’이 듬뿍 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코미디 영화는 설정은 조금 황당무계해도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캐릭터가 마치 주변의 친구, 이웃처럼 생동감이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웃음을 준다. 또 일본에서 봤던 한국영화들보다 훨씬 더 인간미 있는 진짜 한국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앞으로는 이런 개성 있는 영화들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많이 수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용준처럼 말랑말랑한 스타가 주는 로맨스와 환상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낭만은 짧고 인생은 길다”는 한 광고 카피처럼, 한류도 진한 삶의 냄새가 묻어날 때 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도요시마 유카<일본인ㆍ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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